[사설]중국, 남중국해 판결 수용하고 국제사회 책임 다하라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7월 13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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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남중국해 대부분의 해역에서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고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어제 판결했다. 중국이 남중국해에 U자 모양으로 9개의 선을 획정한 ‘남해 9단선’의 역사성을 근거로 그 안의 모든 섬과 암초 등에 대해 영유권을 주장하는 것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PCA는 중국이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조성하고 배타적경제수역(EEZ) 권리를 주장하는 것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소한 데 따른 이번 판결의 핵심은 남중국해의 90%를 포괄하는 9단선의 효력 여부였다. 중국은 1947년 남중국해의 11단선을 공개한 이후 1953년부터 이 중 2개를 줄인 9단선을 지도에 표시하고 관련 해역과 해저의 영유권을 주장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해양굴기(海洋굴起)에 나선 중국은 2010년부터 남중국해를 자국의 ‘핵심 이익’으로 인정해줄 것을 미국에 요구하며 남중국해 인공섬에 군사기지를 구축해왔다. PCA가 중국의 일방적인 해상 패권 추구에 제동을 거는 이번 판결로 ‘항행의 자유’와 국제사회의 규범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손을 들어준 것과 마찬가지다.

PCA 판결에 법적 구속력이 있음에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재 판결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은 국제사회 규범에 어긋나는 일이다. 미국과 일본은 중국에 국제 판결을 따를 것을 촉구해 남중국해에 미국·일본 대(對) 중국·러시아의 ‘신냉전’ 국면이 형성되게 됐다. 한반도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북핵 문제와 겹치면서 한국도 소용돌이에 말려들 가능성이 없지 않다.

중국이 자국 이기주의를 넘어 국제사회의 지도국 자격이 있는지를 세계는 이번 판결 이후 행동을 보고 판단할 것이다. 현실적으로 판결의 이행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을 중국이 악용해 오히려 남중국해의 실효적 지배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한다면 국제사회는 힘을 합쳐 대응할 수밖에 없다.

남중국해는 세계 연간 교역량의 3분의 1(약 5조 달러)이 통항하는 곳이다. 한국의 에너지 수입과 교역도 대부분 남중국해를 통해 이뤄진다. 중국이 국제무역 질서와 항행의 자유를 위협하지 못하도록 한국도 남중국해 문제에 대해 국제법의 원칙에 입각해 분명한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국제법과 원칙에 입각해 중국에 할 말은 하되 한중 관계 역시 꼬이지 않도록 정부가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중국#남중국해#상설중재재판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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