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유치 스캔들 의혹, 구체적 정황 드러나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5월 16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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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도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일본이 수십 억 원을 당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측에 전달한 정황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도쿄올림픽 유치위원회가 라민 디아크 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 회장(83)의 아들 파파 마사타 디아크 씨(50) 측이 만든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280만 싱가포르 달러(약 24억 원)를 전달했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교도통신은 16일 이번 스캔들의 ‘키 맨(주요 인물)’으로 꼽히는 아들 디아크 씨를 세네갈의 수도 다카르에서 인터뷰했다고 보도했다. 아들 디아크 씨는 일본 측이 돈을 입금한 ‘블랙 타이딩스’의 대표 이언 탄 통 한에 대해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부터 알고 지내는 친구”라고 밝혔다. 하지만 유치위와 그와의 돈 거래에 대해서는 “알지 못 한다”며 부인했다.

하지만 일본 언론의 확인 결과 블랙 타이딩스는 주소지가 싱가포르 교외에 있는 오래된 공영 주택으로 회사 간판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 기업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페이퍼컴퍼니이고 일본 유치위의 돈을 받은 계좌의 실소유주는 아들 디아크 씨일 것이란 관측이 확산되고 있다.

디아크 전 회장은 16년간 IAAF의 수장을 지낸 체육계 거물로 돈을 입금할 당시 IOC 위원이었으며 아프리카 출신 IOC 위원들에게 강한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 아들 디아크 씨는 IAAF의 컨설턴트였으나 러시아 선수의 도핑 은폐에 관여한 혐의로 올 1월 영구 제명됐다. 현재 비리 등의 혐의로 국제형사경찰기구(ICPO)에 국제 수배된 상태다.

도쿄올림픽 유치위 이사장을 지낸 다케다 쓰네카즈(竹田恒和) 일본올림픽위원회(JOC) 회장은 이날 중의원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2013년 7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블랙 타이딩스에 송금한 사실은 있지만 정식 컨설팅 계약에 의한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합법적 로비 활동과 정보 분석을 위한 것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는 해명이었다.

그는 “국제적으로 컨설팅 회사 없이는 유치에서 이길 수 없다고 알려져 있다. 계약 권유를 받고 (일본 최대 광고회사)덴츠에 확인해 아시아와 중동에서의 강력한 실적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고 계약 경위를 설명했다. 아들 디아크 씨와의 관계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부인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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