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대통령’ 꿈 접은 부시家

  • 동아일보
  • 입력 2016년 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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젭 부시 美대선경선 중도하차

“대선 캠페인 동안 ‘정치적 바람’에 기울어지지 않고, ‘제자리’에 늘 서 있었습니다.”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3)는 20일 공화당 사우스캐롤라이나 프라이머리(예비경선)에서 4위(득표율 7.8%)에 그치자 캠페인 중단을 선언했다. 그의 표정은 실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폭스뉴스는 “6개월 전만 해도 누가 이런 장면을 상상이라도 했을까. 가장 유력한 주자였던 부시가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중도 포기하다니”라고 보도했다.

이곳은 아버지(조지 부시·41대 대통령)와 형(조지 W 부시·43대 대통령) 모두에게 압도적 지지를 보냈던 곳이다. ‘사우스캐롤라이나는 정치 명가(名家) 부시 집안의 나라’라고 불릴 정도였다고 CNN은 전했다.

부시 집안의 3번째 대통령, 41대 43대 45대(이번 대선)로 이어지는 초유의 ‘징검다리 대통령’을 꿈꿨던 부시가 자신의 정치 텃밭인 플로리다 경선(3월 15일)도 못 가고 초라하게 주저앉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 언론은 “기성 정치에 분노하고 아웃사이더에 열광하는 ‘정치적 바람’을 외면하고, 정치 명가 출신이란 ‘자기 자리’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해 여름 도널드 트럼프가 불법이민자 문제를 거론하며 국민적 관심과 지지를 모을 무렵 부시는 동유럽 국가를 방문해 정상들을 만나고 ‘미국 외교의 미래’란 고상한 얘기만 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기성 정치인처럼 보이는 행보에만 매달렸다는 얘기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부시의 중도 하차를 ‘1억5000만 달러(약 1845억 원)의 몰락’이라고 표현했다. 부시는 가장 많은 선거 자금을 모으고도 3차례 경선에서 단 한 번도 톱3 안에 못 드는 ‘고비용 저효율’ 정치인의 대명사로 전락했다. ‘부시의 1표는 5200달러(약 640만 원)’란 조롱 섞인 보도도 나왔다.

폴리티코는 부시의 패인에 대해 △트럼프의 돌풍을 예상하지 못했고 △같은 플로리다 출신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을 얕잡아 봤으며 △정치 명가 출신이란 사실이 오히려 치명적 약점이 되는 민심의 변화도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부시 집안과 가까운 한 정치인은 “아웃사이더들이 열풍을 일으키는 선거판에서 상원의원의 손자이며 대통령의 아들이자 동생인 부시가 무엇을 할 수 있겠나. 어느 날 갑자기 부시에겐 나아갈 수 있는 길이 사라져 버렸다”고 논평했다.

부시 집안에서 그의 출마를 끝까지 반대한 사람은 어머니 바버라 부시 씨(91)였다. ‘남편 대통령’과 ‘아들 대통령’을 둔 바버라 씨는 이렇게 말했다.

“아들아, 미국은 (너 말고도) 이미 너무 많은 ‘부시’를 가졌단다.”

부시가 오늘밤 어머니 말을 안 들은 것을 후회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을지 모르겠다.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미국#대선#젭 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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