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0%가 C형간염…이집트, 제3세계의약지원 롤모델 될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16일 16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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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에선 약값을 감당할 수 없어 알면서도 못 고치는 병이 많다. 대표적 질병 중 하나가 C형간염이다. 전 세계 감염자가 1억5000만 명으로 에이즈 환자의 4배에 이르며 매년 숨지는 사람만 50만 명에 이른다.

이 병의 세계 최대감염국은 이집트다. 전체 인구 8800만 명의 10%에 해당하는 900만 명이 감염자다. 20여 년 전 나일강에 사는 민달팽이에 의해 걸리는 주혈흡충병 퇴치를 위해 대대적 예방접종을 실시하면서 주사바늘을 재활용하는 바람에 확산됐다. 감염자 한 명이 평균 3명꼴로 옮기면서 특히 나일삼각주 일대의 50대이상 남성의 절반을 감염시켰다.

지난해말부터 이집트에서 복음이 될지 모를 거대한 의료실험이 진행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5일 보도했다. 미국 제약회사 길리어드 사이언스는 이집트정부와 독점공급협약을 맺고 선진국 판매가격의 100분의 1에 자사의 C형 간염 치료제 소포스부비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2013년부터 시판된 소포스부비(미국 제약명 소발디)는 판매 첫해에만 100억 달러(11조7200억 원)를 벌어다 준 신약이다.

소발디는 완치까지 하루 한 알씩 대략 12주 가량 복용해야하는데 미국에선 8만4000달러가량이 든다. 하루 한 알로 환산해 계산하면 1000달러가 드는 셈. 길리어드 사이언스가 이를 10달러에 공급하면 이집트 정부가 자국 환자에게 무료처방해주기로 한 것이다.

대신 전제조건이 있다. 정부 지정약국에서만 처방해주되 약병을 받은 즉시 개봉해 한 알을 복용하고 이후 추가투약을 받으려면 그 병을 다시 들고 와야 한다. 헐값에 넘긴 약이 선진국으로 넘어와 약값을 폭락시키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다.

시행 1년이 지난 지금 12만5000명이 치료됐지만 해외유출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자 올해 8월 또 다른 제약회사 애브비도 C형간염 치료제 비에키라를 역시 미국판매가의 1%인 13달러에 공급하는 약정을 맺었다. 10월에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퀴브사의 다클린자도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집트 정부는 이를 토대로 2016년부터 매년 30만 명을 치료해 2025년까지 감염율을 인구의 2%까지 낮추겠다는 희망찬 계획을 발표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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