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위안화 국제화에 맞춰 ‘금융허브’ 전략 다시 짜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2월 2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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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위안화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기반통화 편입이 확정됨으로써 국제 기축통화 대열에 합류했다. SDR는 IMF 회원국의 재정이 악화됐을 때 자금을 인출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 국제준비통화’다. 위안화는 달러화 유로화 파운드화 엔화에 이어 5번째로 내년 10월 1일 편입된다.

중국은 세계 2위의 경제규모에 어울리는 ‘금융 굴기(굴起)’를 하게 됐지만 풀어야 할 과제가 많다. 중국 런민(人民)은행은 독립적으로 금리를 결정하지 못하고, 중국 정부는 수출 부양을 위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식으로 자본시장에 수시로 개입했다. 2010년 중국이 SDR 편입에 실패한 것도 환율이 시장에서 결정되지 않고 정부의 정책 결정 과정이 투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위안화의 SDR 편입은 중국의 로비에 의한 정치적인 결정”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중국은 교역규모가 4조3000억 달러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인 데다 국제 결제에서도 일본 엔화를 제치고 4위에 올라 세계 기축통화가 되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수도 없다. 다만 중국은 국제 금융시장에서 높아진 위상에 걸맞게 책임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 런민은행의 투명성과 독립성을 높이고 금융시장을 개혁 개방해 국제적인 신뢰를 쌓아야만 위안화가 실질적인 기축통화로 기능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대(對)중국 수출이 전체 수출의 25%이지만 현재 90% 이상을 달러로 결제하고 있다. 앞으로 위안화 직접 결제가 늘게 되면 기업들의 거래비용이 줄고 달러 변동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다. 중국의 금융시장이 더 개방되고 발전하면 한국 금융시장에도 기회가 된다. 반면 위안화를 매개로 한국 경제가 중국 경제에 더욱 깊숙이 편입돼 동조화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 아직 불안정한 중국 금융시장이 출렁이는 데 따라 한국 금융시장도 불안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정부는 ‘위안화 금융 허브(hub)’를 추진해 한국의 금융시장을 키운다는 복안을 내놓은 지 수년이 지났지만 지지부진하다. 그 사이 홍콩 싱가포르 런던 파리 등 세계 각 지역은 위안화 비즈니스 확대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위안화의 국제화를 한국 경제의 새로운 기회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안화#금융허브#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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