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미혼서 비혼으로… 한국 ‘출산 파업’ 가장 심각”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9일 03시 00분


코멘트

이코노미스트 저출산문제 집중 조명
출산율 1.2명 최저… 미혼 40% 최고
막대한 결혼비용-男超현상이 원인… 여성들 전통적 현모양처 역할 거부
북유럽-佛은 출산율 2명 근접… 보육비 지원이 가장 효과적



지구촌의 잘사는 나라들이 출산율 저하로 인구 감소를 우려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하다고 영국의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최근호가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현재의 인구를 유지할 수 있는 지표인 출산율 2.1명에 근접한 나라는 이스라엘을 제외하곤 없다면서 이런 현상을 ‘베이비 스트라이크(출산 파업)’라고 보도했다. 특히 OECD 회원국 중 출산율(1.2명)이 가장 낮으면서도 정치적 부담으로 외국 이주민을 늘리지 못하고 있는 한국을 별도 기사로 소개했다. 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여성에게 가사노동 부담을 지우는 문화적 속박으로 싱글족이 늘어 출산율이 가장 빠르게 급락하고 있다.

잡지는 한국의 성인남녀 중 미혼의 비중이 40%로, OECD 회원국 중 가장 높다고 보도했다. 서울에 거주하는 싱글의 비율은 1990년에서 2010년 사이 두 배로 증가했으며 지금은 전체 가정의 16%를 차지한다. 특히 학위를 가진 여성 중 싱글의 비율이 3분의 1을 웃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잡지는 그 원인으로 “첫째, 주택 마련을 비롯한 막대한 결혼 비용이 들기 때문이며 둘째, 1980년대 남아선호 사상으로 남성의 수가 너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성 7명 중 1명은 미래에 결혼할 짝이 없을 정도로 여성 인구가 적다는 것. 셋째 원인으론 여성의 학력과 직업이 상승하면서 결혼을 통한 신분 상승이 불가능해진 데다 전통적 현모양처 역할을 거부하는 여성이 늘어난 점이 꼽혔다.

이로 인해 여성의 적정 결혼연령이 1995년 25세에서 현재 30세까지 올라갔으며 ‘미혼’ 대신 ‘비혼(非婚)’이라는 표현이 늘어났다. 평생 독신으로 살 것임을 기념하는 ‘비혼식’이 열리는가 하면 스튜디오에서 신부 예복을 잘 차려입고 혼자 또는 결혼하지 않는 30, 40대 여성 지인들과 기념사진을 찍는 ‘비혼 기념 촬영’도 성업 중이라고 잡지는 전했다.

이런 결혼 문화에 대해 한국 남성은 “이기적이다” “비애국적이다”라는 반응을 많이 보였다. 신세대 남성의 동호회 인터넷 카페에서도 출산을 기피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발언이 심심치 않게 목격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런 현상이 여성들이 육아와 살림, 시부모 봉양 등 전통적 역할을 계속 수행해주길 바라는 남성의 기대 수준과, 자신의 꿈과 일에 더 몰두하려는 여성의 인식 차이에서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이로 인해 결혼하더라도 아이를 하나만 낳는 가정이 많아지고 있다. 2010년과 2013년 사이에는 아이를 둘 이상 갖는 부부가 37%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출산율을 늘리는 방법은 아이를 낳을 때마다 출산장려금을 지급하는 수준을 넘어 국비로 보육비를 지원해주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며 이를 적극 도입한 북유럽 국가들과 프랑스가 출산율 2명에 근접했다는 통계를 제시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엔 남성들이 1960년대식 현모양처의 여성관에서 탈피하는 게 더 시급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