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日 수출 715배-수입 307배로 늘었지만… 적자의 행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6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
[한일관계, 제대로 알자]<中>경제협력 남은 과제는

“한일 경제협력은 현재 교류 수준보다 향후 잠재력이 훨씬 크다.”(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한일 국교정상화 50주년을 맞아 국내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한일 경제협력에 다시 불을 붙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비상(飛上)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도 한일 양국 간 협력 수준을 높이는 것은 필수불가결한 선택이라는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천문학적 수준의 대일(對日) 무역적자 개선이라는 과제도 안고 있다.

○ ‘공생 관계’ 이어온 한일 경제

22일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대일 수출 규모는 두 나라 간 국교정상화가 이뤄진 1965년 4500만 달러(약 500억 원)에서 지난해 321억8400만 달러(약 35조7200억 원)로 715배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입 규모는 1억7500만 달러(약 1900억 원)에서 537억6800만 달러(약 59조6800억 원)로 307배로 늘어났다.

한일 경제협력은 경제 부흥을 위한 ‘시드 머니(종잣돈)’가 급했던 한국과 제3의 수출시장을 만들어야 했던 일본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시작됐다. 실제 2011년 발간된 ‘한일경제인협회 30년사’에는 “박정희 정부가 1965년 국내의 극렬한 정치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모색한 것은 수출주도 산업화라는 경제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였다”고 명시돼 있다.

1970년대 한국의 산업구조가 경공업에서 중화학공업 중심으로 전환할 때도 일본과의 경제협력 부문은 큰 역할을 했다. 1968년 설립돼 1973년 첫 쇳물을 뽑아낸 포스코가 대표적 사례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도 각각 일본 미쓰비시자동차와 마쓰다자동차와의 협력을 통해 1970년대 중반 포니와 브리사를 만들었다.

○ 막대한 무역적자부터 해소해야

한국 경제는 한일 경제협력을 바탕으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이뤄냈다. 동시에 일본은 한국과의 무역에서 막대한 이익을 남겼다.

대일 무역적자는 1974년(12억4000만 달러) 처음으로 10억 달러를 넘어섰다. 1994년(118억6700만 달러)에는 100억 달러 수준까지 불어났다. 2010년 361억2000만 달러 적자를 낸 것을 정점으로 다소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액은 수출액보다 연간 200억 달러 이상 많다. 올해도 한국은 1∼4월 전 세계적으로 301억7500만 달러의 무역흑자를 냈지만 유독 일본을 대상으로 한 무역수지는 75억6300만 달러 적자다.

대일 무역적자의 상당 부분은 부품소재 부문에서 나온다. 2012년의 경우 부품소재 부문 적자는 222억 달러로 전체 대일 무역적자(256억 달러)의 87.0%에 이르렀다.

사공목 산업연구원 국제산업협력실 연구위원은 “한국의 전체 수출액이 늘어나면 일본으로부터의 부품소재 수입도 늘어난다”며 “일본 부품소재산업의 높은 기술경쟁력, 지리적 인접성과 함께 국내 기업들이 일본 장비를 많이 쓰는 것도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 변화하는 한중일 3각 구도 주목


국내 경제가 2004년 이후 매년 200억 달러 이상의 대일 무역적자를 내면서도 전체적으로는 무역흑자 행진(2008년 제외)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대중국 무역에서 재미를 봤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에서 부품소재를 수입한 뒤 이를 중간재로 가공해 중국에 수출하면 중국은 완제품을 만들어 미국 등에 내다 파는 ‘3각 분업구조’가 톱니바퀴처럼 굴러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3각 무역구조에도 최근 적잖은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국내 기업들은 부품소재 수입처 다변화를 통해 일본 의존도를 줄이고 있다. 일본은 엔화 약세에 힘입어 오히려 해외로 나갔던 중간재 또는 완제품 제조 거점을 자국으로 ‘U턴’시키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중국도 그동안 한국에 의존하던 중간재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이와 함께 글로벌 부품소재 기업들을 대거 유치한 뒤 일부 범용 제품은 오히려 한국과 일본에 수출하면서 두 나라의 주력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3각 분업 고리’가 크게 약해지면서 한국과 일본이 더이상 ‘중국 특수(特需)’에만 의존하기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문병기 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수석연구원은 “과거 한일 간 수직적 거래와 한중일 3각 분업구도에 따른 경제 교류만으로는 경쟁성장을 지속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앞으로는 다양한 분야에서 업무협력, 인수합병(M&A), 기술 교류 등의 한일 융합 사례를 적극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해 국내에 설립된 삼양그룹-미쓰비시화학 이온 교환수지 합작회사와 다음 달 출범하는 SKC-미쓰이화학 폴리우레탄 재료 합작회사 등은 주목할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정세진 기자
#국교정상화#한일#수출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