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의장국 독일, 日 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논란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5월 19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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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위원회 의장국인 독일이 일본의 메이지(明治)시대 산업시설 세계문화유산 등재 신청과 관련해 한국인 강제징용을 알리는 표지석을 세우는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19일 밝혀졌다. 등재 신청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일본의 주장에 사실상 ‘브레이크’를 건 것으로 풀이돼 귀추가 주목된다.

한일 외교 관계자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일본의 산업시설 등재신청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최근 이 같은 중재방안을 제시했으나 일본 정부는 아직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일본이 이를 거부하면 7월 초 21개 이사국이 참가한 가운데 등재 찬반 투표를 벌이게 된다. 등재되기 위해서는 기권을 제외하고 찬반 투표를 한 이사국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

외교 관계자는 “한일 갈등 속에 기권국이 늘어날 수 있어 일본이라고 장담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며 “표 대결을 할 경우 찬반 어느 쪽이든 국교 정상화 50주년을 맞은 한일 관계에 치명적인 악영향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등재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며 일본 정부와 22일 도쿄(東京)에서 정부간 협의를 가지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본 언론은 한일 대립이 첨예해지면서 이사국 동의로 심의가 연기되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의 이사국 임기가 2017년까지 4년인데 반해 일본은 올해로 이사국 임기가 끝나 심의가 연기되면 등재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일본 정부 관계자는 산케이신문에 “등록은 이번에 한해 가능한 단판승부다”라고 말했다.

한편 독일 대표 일간지 프랑크푸르르 알게마이네 차이퉁은 18일자 ‘공포의 섬’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하시마(端島·일명 군함도) 탄광 등 조선인 수만 명이 강제 노동한 7곳이 문화유산 대상에 포함된 데 대해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이들 시설에 한국과 중국인 노동자들을 강제로 데려와 끔찍한 환경에서 노역을 시켰고, 많은 사람이 숨졌다”며 “이번 사건은 단순히 역사학자들의 학술적 논쟁이 아니며, 이면에는 아베 정권 출범 이후 일본 내에서 더욱 심해지고 있는 우경화 성향과 역사수정주의, 그리고 과거 일본의 지배를 받은 국가들의 경계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신문은 “과거 일본이 유럽 제국주의의 경로를 따라 타국을 합병하며 영향권을 확대해 왔으면서도 지금은 다른 부분들을 숨긴 채 자국 근대화 역사의 일부분만을 이야기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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