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美 1020여성은 ‘K세대’… 디지털 익숙 -기성체제 불신-미래 암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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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거게임’ 여주인공 ‘K’에 열광
불황-테러에 노출… 자기파괴 성향

다양한 디지털 기술에 익숙하다. 정부와 기업 같은 기성체제를 불신한다.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에 사로잡혀 있다. 영미권의 현재 13∼20세 여성을 지칭하는 ‘K세대(Generation K)’에 대한 묘사다.

K세대는 영화 ‘헝거 게임’의 여주인공 캣니스(Katniss·사진)의 K를 따온 것으로 노리나 허츠 런던대 명예교수가 명명한 용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주말판은 허츠 교수의 기고를 통해 이들 세대의 고민과 열망을 소개했다.

허츠 교수는 우선 이런 질문을 던진다. K세대 인생에서 최악의 사건이자 다시 생각해도 숨통이 조여 온다는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뭘까? 답은 ‘스마트폰을 화장실에 빠뜨렸을 때’이다. 디지털 환경에서 나고 자란 이들에게 디지털 기기 없는 삶이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세대에겐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가 아니라 ‘나는 접속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로 바뀐다.

K세대는 또 서구가 겪고 있는 최장 기간의 경기 침체와 최악의 테러 위협에 직접 노출된 세대다. 이들의 삶에는 경제적 내핍과 이슬람극단주의 그리고 국가기관의 광범위한 사생활 감시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이라는 문신이 새겨져 있다.

허츠 교수는 최근 미국과 영국의 10대 소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이들의 걱정거리가 과거 10대들의 그것과는 현저한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K세대의 75%는 테러리즘, 66%는 기후변화, 50%는 이란 핵 문제를 걱정거리로 꼽았다. 미래에 대한 전망 또한 암울했다. 86%는 취업을 걱정했고 77%는 빚더미에 앉게 되지 않을까를 우려했다.

이들은 위 세대에 비해 술과 마약을 멀리함에도 불구하고 자기파괴적 성향은 더 강해졌다는 점도 특이하다. 2013년 미 보건부 조사에 따르면 심각하게 자살을 생각한 미국의 고등학교 여학생의 비율이 22%나 됐다.

현실을 바라보는 이들의 암울한 세계관은 기성체제에 대한 과도한 불신으로 이어진다. K세대에게 대기업을 신뢰하느냐고 물었더니 4%만 그렇다(기성세대는 60%)고 답했다. 정부를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10%(기성세대는 50%)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무엇이 옳고 공정하냐에 대한 감수성은 매우 예민했다. 대표적인 것이 각종 차별에 대한 뚜렷한 반감이었다. 설문조사에 응한 대부분의 10대 소녀들은 “여성은 엔지니어가 될 수 없어” 따위의 성차별적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으며 트랜스젠더에게 동등한 권리를 부여해야 한다는 데에는 무려 80%가 지지 의사를 보였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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