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부부도 규칙 정해 교육…美부모들의 ‘스마트폰 통제법’?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3월 23일 15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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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들이 자녀에게 ‘안 사줄 순 없고, 사준 다음엔 반드시 후회하는 제품’이 휴대전화라는 얘기가 있다. 스마트폰 화면에 얼굴을 처박고 있는 자녀들에 대한 걱정이 미국에서도 점점 더 커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22일 “한 아빠는 ‘아이들이 휴대전화를 갖게 된 다음부터 우린 더 이상 (예전의) 가족이 아니다’고 말할 정도”라며 “스마트폰을 아이들 손에 넘기기 전에 반드시 ‘일련의 사용 규칙’을 먼저 정하라”고 조언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두 딸이 12세가 돼서야 휴대전화를 사줬고 △학교 다니는 평일엔 사용하지 못하게 하고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 개설은 17세부터 허용했다고 한다.

전문가들은 우선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 자녀에게 스마트폰을 줄 때 ‘이 기기의 요금을 부모가 내는 만큼 이 폰으로 우리 가족의 가치를 훼손하는 일을 한다고 느껴지면 압수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매사추세츠 주의 한 엄마는 13세 아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주면서 준수사항만 18개를 정했다. 그 중 하나가 “이건 전화기다. 전화가 울리면 ‘여보세요’하고 공손히 전화를 받아라. 발신자 정보에 ‘엄마’나 ‘아빠’가 뜬다고 안 받으면 절대 안 된다”는 내용이었다.

린 클라크 덴버대 교수는 휴대전화 통제 방법과 관련해 “‘몇 시부터 몇 시까지만 이용할 수 있다’는 시간 통제보다 자녀와 휴대전화를 일정 상황에서 떨어뜨려놓는 물리적(공간) 통제가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면 △하교하자마자 휴대전화를 별도의 보관상자에 넣어두도록 하거나 △잠 잘 때는 자기 방이 아닌 거실 등 가족 공용장소에서 충전하게 하거나 △식사할 땐 식탁 가운데 휴대전화를 모아놓는 식이다. 바젤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잠자리에 든 10대들은 침대에서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비디오를 보면서 잠버릇이 나빠지고 우울증 같은 정신적 문제도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고 했다.

NYT는 자녀들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성적(性的)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사이버 따돌림(왕따)에 가담하거나 불건전한 글이나 사진, 동영상을 SNS 등에 올리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한 다양한 규칙들도 소개했다. 한 부모는 자녀가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에 올릴 (민감한) 내용을 부엌 냉장고 문에 붙여놓고 가족들의 과반수 찬성을 얻은 다음에야 게시하도록 했다. 심리학자 얄다 얼스 씨는 “아이들에게 ‘인터넷에 올릴 글을 할머니나 교장 선생님처럼 제일 껄끄러운 어른들이 읽는다고 생각하라’고 조언한다”고 말했다. 이 규칙을 어기고 불량한 글을 게시하면 어떤 대가를 치러야 할까. 실제로 할머니에게 가서 그 문제의 글을 보여주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재발 방지 효과가 확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에서 온 가족이 해방된 ‘가족 시간’에 대한 규칙도 필요하다. 부모들은 “‘예전에 하루 10분만 아이들과 놀아줘라’는 부모 교육을 받았는데 요즘은 ‘하루 10분만 휴대전화를 꺼놓고 가족끼리 대화하자’는 규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한 가정은 ‘온 가족이 차에 타면 그로부터 20분 간은 무조건 대화하고, 그 다음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다’고 정했다.

최근 달라진 트렌드는 스마트폰 등 각종 정보기술(IT) 기기에 파묻혀 지내는 부모들도 늘어나면서 자녀들이 ‘부모가 지켜야 할 규칙’을 요구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엄마나 아빠도 우리(자녀)들과 대화할 땐 IT 기기에서 눈을 떼고 우리 얘기를 경청해 달라” “가족사진을 SNS에 올릴 때는 우리(자녀) 의사를 사전에 확인해 달라” 등이다.

NYT는 “(급변하는) IT 세상에 대한 규칙이 영구적으로 지켜지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다른 자녀가 성장해 휴대전화를 사줘야 하거나 IT 기기나 앱이 새로 나오는 등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춰) 규칙도 개정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Ryn Clark
Yalda Uhls

뉴욕=부형권 특파원 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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