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오바마, 사우디 조문때 히잡 안 쓴 까닭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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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권 “무례하다” 비난 빗발… 일각선 “여성 인권침해 지적한 것”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인도 국빈 방문 일정까지 줄여 가며 공을 들인 ‘사우디아라비아 조문 외교’가 엉뚱한 복장 논란 때문에 빛이 바랬다.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타계한 압둘라 국왕의 조문을 위해 27일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존 매케인 상원 의원, 하원 의장을 지낸 낸시 펠로시 하원 의원, 존 케리 국무장관 등 거물급 인사들이 대거 포함된 ‘초호화 조문단’과 함께 사우디를 찾았다. 미국과 사우디의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날 소셜미디어 공간에서는 대통령 부인인 미셸 오바마 여사(사진)의 복장이 많은 사람의 이목을 끌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미셸 여사는 사우디에서 ‘히잡’(이슬람권 여성이 머리에 쓰는 스카프)을 쓰지 않은 채 머리카락을 훤히 드러내고 다녔다. 요란한 무늬의 재킷도 입었다. 공항에 영접 나온 사우디 대표단은 오바마 대통령과는 악수를 했으나 몇몇은 미셸 여사와의 악수를 피하고 고개만 살짝 끄덕이며 지나쳤다. 이때마다 미셸 여사는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언짢은 기색을 보였다. 민망한 장면은 왕궁을 방문했을 때도 카메라에 여러 번 포착됐다.

미셸 여사의 이런 복장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슬람교를 믿지 않는 외국인 여성이라도 사우디를 방문하면 머리카락을 가리는 게 원칙이라는 것이다. 미셸 여사도 2010년 인도네시아 방문 당시에는 히잡을 쓴 적이 있다.

이날 사우디의 트위터에는 ‘미셸_오바마_무례’라는 뜻의 아랍어 문장에 해시태그(#)를 단 트윗이 1500건 이상 올라왔다. 일부 누리꾼은 미셸 여사가 사우디의 여성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일부러 히잡을 쓰지 않았다는 분석이 내놓으며 지지 입장을 밝혔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이 운전하는 것을 금지하고 남성 보호자의 허락이 없으면 결혼, 고등교육, 구직, 여행 등을 할 수 없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미셸 오바마#사우디#조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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