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2차대전 - 원전 자기책임 회피… 그래서 한국-중국인이 화내는 것”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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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이 안고 있는 문제에 공통적으로 ‘자기책임 회피’가 있다고 느낀다.”

일본이 낳은 세계적인 소설가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65·사진) 씨가 자신의 조국에 따끔한 일침을 놓았다. 무라카미 씨는 3일자 마이니치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에 제2차 세계대전 70년을 맞는다’는 말을 듣고 “1945년 종전(패전)에 대해서도, 2011년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아무도 진심으로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 그런 생각이 든다”고 평가했다.

그는 “예를 들어 종전 후에는 결국 아무도 잘못하지 않았다는 것이 돼 버렸다. 잘못한 것은 군벌(軍閥)로 천황(일왕)도 마음대로 이용당하고 국민도 모두 속아 지독한 일을 겪었다는 식이었다. (일본인 모두가) 희생자, 피해자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는 중국인도 한국·조선인도 화가 난다. 일본인에게는 자신들이 가해자이기도 했다는 발상이 기본적으로 희박하고 그런 경향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의 비판은 원전 문제로 이어졌다. “원전 문제에서도 누가 가해자인지를 진지하게 추궁하지 않았다. 물론 가해자와 피해자가 섞여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이런 식이라면 ‘지진과 쓰나미(지진해일)가 최대 가해자이고 나머지는 모두 피해자였다’는 식으로 수습돼 버릴 수 있다.” 일본의 전형적인 책임 회피 문화를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그는 자신이 일본의 문예 시스템에서 소외감을 느낀 데다 역풍이 심해 1990년대 초반에 미국으로 건너가 독자를 개척했다고 회고했다. “내가 하고 싶은 것이나, 다루고 싶은 방식과 (일본) 문예 매체의 생각이 기본적으로 맞지 않았던 것이 크다. 어느 쪽이 타당하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런 좌절감 같은 게 내 안에 쌓여 갔다.”

그는 “우리 세대는 1960년대 후반에 세계가 좋아질 것이라는 일종의 이상주의를 갖고 있었다”며 “지금 젊은 세대는 세계가 오히려 나빠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어느 정도 인간은 낙관적이 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1960년대의 이상주의를 새로운 형태로 변환해 넘겨주는 것이 중요한 작업”이라며 “축을 상실한 (혼돈의) 세상에 가설의 축을 제공하는 것이 소설의 역할”이라고 규정했다.

무라카미 씨가 현실 세계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힌 것은 2012년 9월 아사히신문에 기고문을 올린 이후 2년여 만이다. 당시 그는 “독도와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를 둘러싼 영토 분쟁이 자유로운 영혼의 왕래를 막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하루키#일본#자기책임 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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