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섭게 크는 중국 ICT 산업]<中>샤오미-텅쉰 본사 가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4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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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의 ‘애플과 페이스북’ 청개구리 정신으로 광속질주

25일 중국 광둥 성 선전 시 텅쉰 본사 사옥 앞에서 한 중국 젊은이가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으로 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선전=정호재 기자
25일 중국 광둥 성 선전 시 텅쉰 본사 사옥 앞에서 한 중국 젊은이가 모바일 메신저 ‘웨이신’으로 지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선전=정호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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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GB(기가바이트) 저장용량, 800만 화소의 카메라가 내장된 최신형 스마트폰으로 가격은 900위안(약 14만9000원)입니다. 샤오미(小米)의 ‘훙미(紅米)’ 모델입니다.”(판매원)

25일 중국 남부의 최대 도시 광저우(廣州)의 한 차이나모바일(中國移通) 대리점에는 10만 원대 스마트폰이 즐비했다. 모두 최신 앱(응용프로그램)과 동영상을 즐기기에 적당하고 디자인도 수준급이었다. 이 스마트폰에 50위안(약 8250원)짜리 충전식 유심(USIM·가입자 인증 식별 모듈) 카드를 끼우면 300MB(메가바이트)의 데이터를 쓰고 1시간 정도의 음성통화를 할 수 있다. 중국산 스마트폰은 ‘싼 게 비지떡’이라는 선입관은 깨졌다.

같은 날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 베이징 사옥 입구에서 직원들이 줄지어 퇴근하는 모습. 베이징=김호경 기자
같은 날 ‘중국의 애플’로 불리는 샤오미 베이징 사옥 입구에서 직원들이 줄지어 퇴근하는 모습. 베이징=김호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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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784,242’

광저우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선전(深(수,천))에는 텅쉰(騰訊·Tencent) 본사가 있다. 이곳 2층 전광판에는 이런 긴 숫자가 실시간으로 표시되고 있다. 이 숫자는 기자가 방문한 25일 오후 2시 현재 메신저 ‘QQ’에 접속 중인 중국 누리꾼이 ‘1억7778만4242명’이라는 표시였다. 한국 인구의 3배 이상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중국의 ‘애플’이라는 샤오미와 중국의 ‘페이스북’이라는 텅쉰은 중국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의 총아로 꼽힌다. 각각 값싸고 질 좋은 하드웨어와 끊임없는 혁신이라는 중국 ICT 시장의 미래 가치를 대표하는 이 기업들을 방문했다.

○ 중국 스마트폰 생태계를 바꿨다

24일 베이징의 벤처밸리인 중관춘(中關村)에 있는 샤오미 본사 전시관은 샤오미 제품을 구경하기 위해 찾아온 방문객들로 시끌벅적했다. 산둥(山東) 성에서 온 차오다커(曹達科·27) 씨는 “샤오미 제품은 애플의 아이폰 못지않게 높은 인기”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중국 소비자들은 실제로 샤오미의 신제품을 애플 제품처럼 줄을 서서 사야 할 정도다.

샤오미는 2010년 소프트웨어 기업으로 출발했으나 곧바로 휴대전화기 제조로 주력 업종을 바꿨다.
▼ 샤오미, 반의 반값 스마트폰 中넘어 세계로
텅 쉰, PC 메신저로 출발… ‘IT허브’ 성장 ▼


이들은 ‘값싸면서도 매력적인 스마트폰’ 제조를 핵심 전략으로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중국 젊은이들을 겨냥했다. 가격이 기존 제품의 3분의 1에 불과한 제품을 쏟아내자 중국 젊은이들은 열광했다. 샤오미가 내놓는 가장 비싼 제품도 2000위안(약 33만 원)을 넘지 않는다. 그 대신 오프라인 판매보다 온라인 판매를 강화하고 운영체제(OS)를 비롯한 소프트웨어 품질을 높이는 방식으로 소비자 만족도를 높였다.

결과는 놀랍다. 2011년 30만 대에 불과했던 샤오미의 스마트폰 판매량은 2년 만인 지난해 60배인 1800만 대를 넘었다. 올해는 다시 6000만 대를 목표로 할 정도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샤오미의 전략이 대박을 치자 위룽(宇龍) ZTE 등 경쟁사들도 ‘품질 좋은 중저가폰’이라는 콘셉트로 이 시장에 속속 합류하고 있다. 류페이(劉飛) 샤오미 홍보담당은 “샤오미는 새로운 스마트폰 생태계를 만들었다”며 “중국 경험을 발판으로 인도 브라질 아프리카 등의 신흥시장을 공략할 것”이라고 말했다.

샤오미의 활약에서 보듯 중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근본적인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의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는 올해 전 세계에서 판매될 12억 대의 스마트폰 가운데 4억 대가 중국에서 팔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스마트폰 생태계는 웨이신(微信), 웨이보(微博) 등 모바일 미디어를 활용한 ‘중국식 스마트경제’가 급성장하는 데 충분한 밑거름이 되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은 탄탄한 내수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에 독자 브랜드로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올해 세계 3위 시장을 놓고 화웨이(華爲) ZTE 레노버 등 4개 업체가 각축하고 있다. 이 같은 중국 업체들의 도전에 삼성전자와 애플 등 선두업체들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견제하고 있다.

○ 페이스북, 구글의 유일한 경쟁자 텅쉰

25일 오후 선전의 빽빽한 고층 빌딩 숲 사이로 검은색의 펭귄 그림자를 노란색과 초록색, 빨간색 띠가 감싸는 모양의 텅쉰 그룹 로고가 모습을 드러냈다. 텅쉰은 이미 대기업이지만 여전히 창업 초기의 역동성과 창조성을 간직한 기업이다.

중국인 열에 아홉은 메신저, 게임, 결제서비스 등 텅쉰이 제공한 서비스를 쓸 정도로 중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인터넷 기업이 텅쉰이다. 중국의 최장수 PC 메신저인 ‘QQ’는 8억 명, 모바일 메신저인 웨이신은 6억 명이 사용한다. 텅쉰 관계자는 “우리는 가입자 수나 해외 시장 진출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용자들이 불편하지 않을 만큼 재미있는 콘텐츠로 서비스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텅쉰은 특유의 뚝심으로 중국 인터넷 사업을 키워냈다. 2000년대 초반부터 남들은 돈벌이가 안 된다고 내팽개친 PC 메신저 ‘QQ’를 고집했다. 중국의 무선 환경은 빨리 개선되지 않았고 그 덕택에 ‘QQ’는 싸고 편리한 인터넷 메신저로 자리매김했다. 이후 무선 환경이 개선되면서 ‘QQ’는 자연스레 모바일메신저, 게임, 신문, 금융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넓혔다. 인터넷의 미래 가치를 정확히 읽은 결과였다.

이 밖에도 까다로운 온라인 게임을 직접 제작하는 대신 한국을 포함한 해외의 수준 높은 게임 콘텐츠를 수입해 중국 시장에 배급하는 영업 방식도 눈길을 끈다. 연매출 1조 원을 기록할 정도로 해외에서 가장 히트한 국산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현재 텅쉰이 중국 배급을 맡고 있다.

텅쉰은 최근에는 모바일과 금융거래를 연계하는 방식으로 전자상거래 시장의 주도권까지 잡았다. 텅쉰이 상장된 홍콩증시 관계자는 “텅쉰이 관련되지 않은 중국 ICT사업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세계 ICT산업에서 구글과 페이스북의 유일한 경쟁자”라고 평가했다.

장이(張毅) 광둥 성 인터넷협회부회장은 “샤오미나 텅쉰은 혁신에 대한 의지가 높은 중국 기업인이 늘어난 증거”라며 “기존에는 존재하지 않던 신산업에서 중국 ICT기업들이 세계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광저우·선전=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베이징=김호경 기자 whalefisher@donga.com
#중국#ICT#샤오미#텅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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