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BI ‘쇼핑몰 테러’ 2년전 예상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9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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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9·11이후 테러 진화’ 보고서, 알샤바브 국외테러 점쳐
아랍계 남성-국내-동시다발 형태서 백인여성-국외 등 유형다양화 지적
케냐 인질 거의 구출… 잔당 계속 저항

“다음 테러는 자생적 무장 극단주의자(HVE·Homegrown Violent Extremist)에 의한 쇼핑몰 무차별 총기 난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소말리아 이슬람 반군 단체 알샤바브의 국외 테러는 계속될 것이다.”

2011년 미국 연방수사국(FBI)이 작성한 ‘9·11 이후 테러의 진화’ 보고서에 나온 내용 중 일부다. FBI가 당시 예상했던 시나리오가 이번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총기 난사 테러에서 그대로 적중해 2년 전 FBI의 보고서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동시 다발형’ ‘국외형’

이 보고서는 9·11 이후 테러 감시가 강화되고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라덴이 사살됐지만 테러는 조직과 활동 유형을 바꾸면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먼저 알카에다는 대량 살상이 가능한 ‘동시 다발형’ 테러를 여전히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6년 발각된 영국발 미국행 여객기 7편에 대한 동시 자폭 테러 미수 사건이 그 실례다.

알카에다를 추종하는 무장 세력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도 새로운 특징이다. 파키스탄의 무장 테러조직인 ‘파키스탄탈레반운동(TTP)’은 2008년 처음으로 미국에 대한 테러 계획을 선포했다. 이후 TTP는 2010년 5월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차량 폭탄 테러를 감행하려다 실패했다.

이번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총기 난사 테러 배후로 지목된 알샤바브는 소말리아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단체로 2010년 수십 명이 살상된 우간다 테러를 시작으로 활동 영역을 국외로 넓히고 있다.

○ 여성, 백인…다양해지는 테러범 유형

보고서는 “능숙한 영어와 함께 미국 문화에 익숙한 미국 영주권자나 시민권자 등이 알카에다가 선호하는 요원”이라고 분석했다.

2009년 뉴욕 지하철 테러 기도범 나지불라 자지는 아프가니스탄 출신의 미 영주권자로 미국 입국이 자유로운 합법적 거주자였다. 이번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의 배후로 지목된 알샤바브는 최소 20여 명의 미국인 요원을 모집했으며 이들은 2011년 현재 소말리아에서 훈련을 마친 것으로 파악된다.

일부는 이미 지도자급으로 부상해 활동 중이며 국외 테러 준비와 해외 요원 모집에 주로 동원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서구적 외모의 여성들이 자살 폭탄테러 요원으로 양성되고 있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전했다.

이 신문은 미 정보당국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들은 서양의 백인 여성처럼 하얀 피부를 갖고 있으며 서방 국가가 발행한 여권을 소지해 어디든 여행할 수 있다”고 전했다.

○ 나이로비 3일째, 인질 대부분 구출

케냐 나이로비 쇼핑몰 테러 발생 3일째인 23일 케냐 군은 대대적인 진압 작전을 벌여 테러범 2명을 사살하고 인질 대부분을 구출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CNN AFP 등 주요 외신은 이번 작전에 역사상 가장 성공한 인질 구출로 평가받는 ‘엔테베 작전’(1976년)을 이끈 이스라엘 특수부대 ‘사예레트 마트칼’도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23일 당초 69명으로 발표됐던 쇼핑몰 테러 사망자는 7명이 중복 집계된 것으로 드러나 62명으로 수정됐다. 실종자는 총 63명이다.

이번 사태로 케냐 당국은 소말리아에서 진행되는 알샤바브 소탕 작전에 더 깊이 관여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케냐 정부는 2011년 10월 소말리아에 군을 파견해 알샤바브 소탕 작전에 나선 소말리아 정부와 아프리카연합(AU) 평화유지군을 지원해 왔으며 현재 파병 규모는 4000명 수준이다. 알샤바브는 아프리카 각국에 소말리아 파병을 철수하라고 요구해 왔다.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은 22일 기자회견에서 쇼핑몰 테러를 ‘비겁한’ 행위로 규정하고 (알샤바브의) 테러 공격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김정안·김기용 기자 jkim@donga.com




#케냐#케냐 테러#FB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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