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오바마 이집트정책은 거대한 실패”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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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군부 압박 안해 사태 악화”… 오바마-헤이글 국방 휴가도 도마에
케리 “유혈사태 개탄” 군부 강력 비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는 14일 이집트 군부의 시위 유혈진압과 비상사태 선포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러나 “오바마 행정부가 이집트 원조를 중단하지 않고 군부에 유화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켰다”며 미국의 대(對)이집트 정책 실패를 규탄하는 목소리가 국내외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날 이례적으로 브리핑에 직접 나와 “이번 유혈사태는 개탄스러운 일”이라며 “과도정부와 군부는 대통령 선거 조기 실시, 헌법 개정, 내각 구성 등 평화 방안을 제시하고 국가 비상사태를 조속히 끝내라”고 촉구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부대변인도 “군부가 시위대를 상대로 폭력을 사용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는 “이집트에 대한 연 13억 달러의 군사원조를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군부의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을 ‘쿠데타’로 규정하느냐는 질문에도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며 종전 입장을 재확인했다. 케리 장관도 유혈사태를 일으킨 군부를 강력 비판하면서도 징벌적 조치는 내놓지 않았다.

이집트 군부에 대한 단호한 대응을 주문해온 의회에서는 즉각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존 매케인 상원의원은 “오바마 행정부의 이집트 정책은 ‘거대한 실패’”라며 “미국은 즉각 원조를 중단하고 국제통화기금(IMF)에도 이집트를 지원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미국이 태도를 바꾸지 않으면 이집트가 실패 국가(failed state)가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집트 원조를 재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바마 행정부가 이집트 군부와 관계를 유지하며 사태를 조용히 중개하려다 뒤통수를 얻어맞은 격이 됐다”고 지적했다. 미국은 이집트 사태가 다른 중동 지역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원조도 중단하지 않고 군부에 무력행사 자제를 설득해왔지만 결국 군부는 친(親)무르시 세력 제압이라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독자 행동에 나섰다는 것.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미국이 이집트 군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환상’이라고 꼬집으며 “지금 미국의 태도는 이집트 내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집트 군부는 최근 오바마 행정부가 F-16 전투기 인도를 연기한 것을 비난하고 있으며 친무르시 세력은 “민간 합법 정부인 무르시 정부를 축출한 군부와 대화하려는 미국의 민주주의 주장은 위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미국 동맹국들 사이에서는 시리아 사태와 더불어 이집트 사태를 오바마 중동정책 실패의 대표 사례로 보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압력 때문에 섣불리 이집트 원조를 중단하고 군부와 대결할 수도 없는 것이 미국의 딜레마라고 NYT는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한발 물러선 듯한 태도도 비난을 받고 있다. 이번 주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비니어드에서 여름휴가를 보내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수전 라이스 국가안보보좌관으로부터 사태를 계속 보고 받고 있지만 아직 공식적인 발언을 하지 않았다. 2011년 여름휴가 때 리비아 반군이 수도 트리폴리를 함락하는 등 리비아 사태가 긴박하게 돌아가자 휴가지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하고 사태 수습에 나섰던 것에 비해 이번에는 너무 태평하다는 것. 그동안 이집트 군부와 대화를 주도했던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휴가로 자리를 비운 것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
#오바마#이집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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