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NSA, 수백만명 통화기록 비밀리에 수집해왔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6월 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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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서 고객자료 매일 제공하라” 英가디언, 법원 발부한 명령서 공개
2006년 발부영장 지금까지 연장해와… 對테러 수집정보 범위 놓고 논란일듯

미국 정부가 테러 방지를 명분으로 민간 통신회사에 가입한 휴대전화 사용자 수백만 명의 통화기록을 비밀리에 수집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통신사업자들이 2006년 법원에서 발부받은 비밀 영장을 3개월 단위로 연장하며 정부의 정보 제공 요구에 응해 왔다고 주장해 정부의 개인정보 수집 범위를 놓고 정치적 논란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 미국의 ‘비밀 해외정보감시법원(FISC)’이 올해 4월 국가안보국(NSA)에 발부한 4쪽짜리 비밀 명령서를 공개했다. 미국의 대형 통신사업자인 버라이즌이 4월 25일∼7월 19일 미국 내는 물론이고 미국과 다른 국가 사이에서 이뤄지는 고객들의 모든 통화정보를 하루 단위로 NSA에 제공하라는 내용이다.

로저 빈슨 판사가 서명한 명령서에 따라 버라이즌이 NSA에 제출해야 하는 자료에는 지역정보가 담긴 고객들의 통화시점, 통화시간, 식별정보 등이 포함됐다. 통화 내용이나 고객의 개인정보를 제공하라는 내용은 없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가디언이 보도한 명령서에 대해 “두 명의 전직 당국자가 공개된 명령서가 진짜라고 확인했다”며 “2006년 발부된 명령서를 통상적으로 갱신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명령서가 미국 연방수사국(FBI) 등의 특정 수사와 관련이 없이 90일마다 갱신돼 왔다고 WP에 전했다. 2005년 영장 없는 통화기록 조회가 문제되자 통신회사들이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법원에 요구해 정기적으로 연장 받아온 ‘고무도장’ 같은 것이란 설명이다.

가디언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도 NSA에 의한 무차별적인 정보수집 활동이 논란이 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광범위하게 통화기록 수집 활동이 이뤄진 적은 거의 없었다며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이뤄지는 국내 감시의 규모를 잘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NSA 대변인은 뉴욕타임스(NYT)에 e메일을 보내 “최대한 빨리 대응하겠다”고 답변했다. 버라이즌 대변인은 언급을 거부했다.

백악관의 고위 관계자는 가디언의 보도 내용을 확인해 주지는 않으면서도 “테러리스트들의 위협으로부터 국가를 지키기 위해서는 (통화기록) 정보가 필수적”이라며 관련 정보의 수집 필요성을 강조했다고 AP통신은 6일 전했다.

2001년 9·11사태 이후 발효된 애국법 215조는 1978년 제정된 해외정보감시법(FISA)의 관련 조항을 확장해 정부가 통신회사들에 고객 통화정보를 광범위하게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그동안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미국 내에서의 휴대전화 통화정보와 내용은 언제든지 감청될 수 있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개인정보 보호단체들은 NSA가 이 법을 활용해 다른 통신회사들에서도 오래전부터 고객 통화정보를 수집해 왔을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상원 민주당 의원들도 정부의 애국법 확대 적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공화당 출신 뉴트 깅리치 전 미국 하원의장은 CNN의 긴급 뉴스에 출연해 “테러 방지를 위해서라면 통화기록 조회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워싱턴=신석호 특파원 kyle@donga.com
#미국#NSA#통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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