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사상 최대규모 ‘60억달러 돈세탁’ 적발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5월 30일 03시 00분


코멘트

디지털 통화사이트 ‘리버티리저브’
범죄자 검은돈 사이버화폐로 환전… 전세계 100만명이 5500만건 불법거래

미국 검찰이 코스타리카 스페인 러시아 등 17개국 사법당국과 공조 수사로 사상 최대의 국제 돈세탁 거래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미 검찰은 범죄조직이 디지털 통화를 활용해 해킹, 아동 포르노물 유통, 마약 거래 등으로 벌어들인 약 60억 달러(약 6조8000억 원)를 규제당국의 눈을 피해 불법으로 돈세탁했다고 밝혔다. 돈세탁 창구로 활용된 유명 디지털 통화 사이트는 24일 긴급 폐쇄되고 사이트를 운영해 온 대표 및 직원 7명은 각국 사법당국에 구속되거나 추적을 받고 있다. 뉴욕 맨해튼 연방검찰은 차세대 디지털 통화로 각광받아온 리버티리저브사(社)가 전 세계 사이버 범죄자의 돈세탁을 방조했다고 28일 밝혔다.

프리트 바라라 맨해튼 연방검사는 이날 검찰 청사에서 국세청 법무부 재무부 이민관세국 등의 주요 관계자들이 배석한 가운데 기자회견을 열어 “역대 국제 돈세탁 거래로는 최대 규모로 추정된다. ‘국제 블랙마켓(지하시장)의 은행’을 적발한 셈이며 이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말했다.

맨해튼 검찰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이름과 주소 생년월일만 알려주는 간단한 방법으로 리버티리저브 계좌를 열 수 있었다. 일단 계좌를 개설한 사람들은 현금을 주고 현지의 환전상들로부터 ‘리버티리저브(LR)’를 구입해 계좌에 넣어두고 세계 각지에 LR 계좌를 갖고 있는 사람들과 자유롭게 자금거래를 했다. LR를 보유자끼리 서로 사고파는 직거래도 가능했으며 LR 시세는 매일 공시됐다. 일종의 주식이나 달러처럼 거래된 것.

LR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과 국제 증권투자거래에도 활용될 정도로 최근 10년 동안 대중화됐다.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에서 기존 국제통화와 차별성을 보였다. 달러 등을 통한 국제 간 자금거래는 각국 금융 및 조세당국에 신고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조세회피처(택스 헤이븐)를 이용해도 포착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리버티리저브와 환전상 역할을 한 각국 자회사는 이용자들의 어떤 금융 및 거래정보도 수집하지 않고 금융당국에 알리지 않는 방식으로 돈세탁을 도왔다. 심지어 LR 이용자끼리 서로 거래할 때도 신원이 드러나지 않게 계좌번호를 숨기는 것이 허용했다. 인터넷을 활용한 세계 각국의 ‘환(換)치기’가 은밀하게 시스템화된 것.

맨해튼 검찰과 리버티리저브의 법적 소재지인 코스타리카 사법당국 등은 비밀요원을 투입해 직접 LR를 이용하는 ‘함정 수사’를 벌여 돈세탁의 꼬리를 잡았다. 리버티리저브의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인 블라디미르 카츠가 뉴욕 브루클린에서 검거되고 아서 부도스키 공동 창업자는 스페인에서 붙잡혔다. 코스타리카 당국도 혐의자를 쫓고 있다. 스위스 호주 등에 있던 서버는 압수됐다. 맨해튼 검찰은 “미국의 20만여 명을 포함해 전 세계에서 100만여 명이 참여해 5500만 건의 불법 거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상당수가 LR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폐쇄되자 각국 이용자들이 “우리 계좌에 남아 있는 돈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글을 올리는 등 일대 소동이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WJS)은 “검찰이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고 밝혔듯이 다른 디지털 통화로 수사가 확대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페이스북 창업자 가운데 한 명으로 마크 저커버그와의 소송으로 유명해진 윙클보스 쌍둥이 형제가 최대 주주이며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자들이 잇달아 투자한 차세대 디지털 통화 ‘비트코인’뿐만 아니라 구글이 야심 차게 추진하는 디지털 통화에도 불똥이 튈지 주목되고 있다. 이 신문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디지털 통화에 대한 신뢰 하락은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미국#돈세탁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