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철수 아닌 투자확대 맞죠?” GM회장 “Y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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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5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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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상의 주최 오찬간담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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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윌러드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열린 미 상공회의소 주최 CEO라운드테이블 및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오른쪽은 폴 제이컵스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왼쪽은 스티브 밴 앤덜 미국 상의 이사회 의장. 워싱턴=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건배 박근혜 대통령이 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윌러드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열린 미 상공회의소 주최 CEO라운드테이블 및 오찬에서 참석자들과 건배를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오른쪽은 폴 제이컵스 한미재계회의 위원장, 왼쪽은 스티브 밴 앤덜 미국 상의 이사회 의장. 워싱턴=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8일 오후(현지 시간) 미국을 순방 중인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미 상공회의소 주최 라운드테이블에서 가장 주목받은 이는 대니얼 애커슨 제너럴모터스(GM) 회장이었다. 애커슨 회장은 지난달 CNBC 등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도발 위협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위기와 관련해 “회사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한국에 있는 직원들의 안전을 위한 ‘컨틴전시플랜’(비상계획)을 준비하고 있다”며 상황이 심각해질 경우 장기적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 경제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발단이 됐다. 더욱이 GM은 2월 한국에 디자인센터를 건립하기로 하는 등 5년간 8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불과 두 달 만에 이 같은 계획이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애커슨 회장의 발언과 맞물려 당시 한국 국채의 가산금리가 뛰는 등 ‘북한 리스크’가 금융시장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였다.

박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 윌러드 인터콘티넨털호텔에서 열린 라운드테이블 모두발언에서 “GM 공장이 북한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 철수할 수도 있다는 소문이 있었는데, 애커슨 회장께서 이 자리에 오신 것을 보니 철수가 아니라 오히려 투자를 더 확대하려 한다고 생각해도 되겠죠?”라고 물었다. 애커슨 회장으로부터 촉발된 한국경제의 위기감을 불식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의도된 발언이었다.

애커슨 회장은 “두 가지 문제만 해결되면 절대로 한국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애커슨 회장은 먼저 엔화 약세 현상을 지적했다. GM은 한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한 해 150만 대의 신차 중 85%를 남미 등으로 수출해 엔화 약세의 직격탄을 맞았다. 이에 박 대통령은 “엔화 약세 현상을 정부가 쉽게 풀 수는 없다”면서도 “GM이 한국 기업의 어려움을 해외에 알리는 대변자가 되고 있는 듯하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애커슨 회장이 지적한 두 번째 문제는 최근 한국 경제계의 최대 화두가 되고 있는 ‘통상임금 범위 논란’이었다. 통상임금 논란은 지난해 3월 대법원이 처음으로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시작됐다. 고용노동법상 초과근무수당이나 퇴직금 등을 정할 때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산정하는데, 상여금 등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면 수당과 퇴직금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다. 재계는 소멸시효가 살아있는 3년 치 소급분만 최소 38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본다. 애커슨 회장 역시 갑자기 늘어날 인건비 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것이다.

이에 박 대통령은 “통상임금 문제는 한국GM만이 아니라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문제인 만큼 꼭 풀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애커슨 회장은 박 대통령의 답변에 안도하며 한국에 대한 80억 달러 투자 계획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조원동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은 전했다.

일각에서는 엔화 약세나 통상임금 문제 모두 단기간에 해결하기가 힘들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의지 표명만으로 ‘코리아 리스크’가 사라지겠느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조 수석은 “대통령이 직접 통상임금 문제의 심각성을 거론한 만큼 노사정 대타협 등을 통해 조만간 해법을 내놓아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워싱턴·로스앤젤레스=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
#투자확대#박근혜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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