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6대 교황 프란치스코]바티칸 남진정책 타고 라틴파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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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3년 3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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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중남미로.”

아르헨티나 출신의 호르헤 마리오 베르고글리오 추기경(76)의 교황 선출은 바티칸의 남진(南進) 정책이 본격화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뉴욕타임스가 14일 분석했다. 그동안 중남미는 가톨릭 신자가 급증해 가톨릭의 발상지 유럽을 추월했음에도 추기경의 수는 오히려 유럽보다 훨씬 적어 교황 선출은 물론이고 바티칸의 주요 의사결정에서 소외돼 왔다. 그러나 이번에 남미 출신의 프란치스코 교황의 등장으로 상당한 변화를 맞을 것으로 신문은 내다봤다.

중남미는 신자 수의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바티칸의 마지막 보루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2010년 기준으로 중남미에는 세계 가톨릭 신자 11억6800만 명의 41.3%인 4억8300만 명이 있다. 하지만 콘클라베(교황 선출을 위한 추기경단 비밀회의) 참석이 가능한 추기경 117명 중 중남미 출신은 16.2%(19명)에 불과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도 가톨릭 신자 비율에 비해 추기경의 수가 적다.

반면 신자 비율은 23.7%에 불과한 유럽은 콘클라베 추기경단의 절반이 넘는 53%(62명)를 차지해 그동안 바티칸이 ‘늙은 유럽’에만 의존하고 있다는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중남미를 필두로 한 비(非)유럽권의 가톨릭 신자 수는 최근 100여 년간 급증했다. 1900년 중남미의 가톨릭 신자는 5900만 명에 불과했으나 현재는 무려 8배 이상으로 늘었다. 특히 1억5000만 명의 신자를 보유한 브라질은 가톨릭의 발상지 이탈리아(5700만 명)를 제치고 단일 국가로는 가장 신자가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 2위 역시 중남미의 멕시코(1억 명). 반면 같은 기간 유럽의 신자는 1억8100만 명에서 2억7700만 명으로 약 1.5배가 되는 데 그쳤다.

급증하는 신자 수를 감안할 때 중남미 출신 교황의 탄생은 필연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교황청 신앙교리성 수장인 게르하르트 뮐러 대주교는 콘클라베가 열리기 직전인 이달 초 “세계의 가톨릭 교회를 책임질 수 있는 남미 출신 추기경이 많다”며 “이번은 남미 차례”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와 아시아의 가톨릭 국가들은 비유럽 출신 첫 교황을 중남미에 넘겨주기는 했지만 아르헨티나 출신 교황의 탄생을 환영하고 있다. 나이지리아의 레이먼드 아놀리에포 신부는 “중남미 출신 교황의 탄생은 분명히 신의 손길이 미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필리핀(7000만 명), 콩고민주공화국(3600만 명), 나이지리아(2100만 명) 등에서도 빠른 속도로 가톨릭 신자가 늘고 있다. 이 때문에 다음 교황 선출 때는 사상 최초로 흑인 교황이나 아시아 교황이 탄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 의장을 맡고 있는 가나의 피터 턱슨 추기경(65)과 필리핀의 루이스 안토니오 타글레 추기경(55)은 차기 교황 후보자로 꼽히는 인물들이다. 둘 다 상대적으로 젊은 편인 데다 교황이 되려는 권력 의지도 강한 편이다. 특히 2010년 8월 베네딕토 16세의 영국 런던 방문에 동행하며 존재감을 드러낸 턱슨 추기경은 당시 흑인 교황 선출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안 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으며 이후 수차례 흑인 교황의 필요성을 역설한 바 있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가톨릭#라틴파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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