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세 몰린 말리반군 인류문화유산 방화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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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북투에서 퇴각하며 고문서 수천점 불태워

프랑스군이 아프리카 말리 내전 개입 18일째인 28일 반군 거점이었던 중부 팀북투 시를 탈환했다. AFP통신은 “프랑스군 1000여 명과 말리 정부군 200여 명이 도시 통제권을 손에 넣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반군이 중세 고문서 수천 점을 보관해 온 건물 두 채를 불태웠다. 인류문화유산 파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국제사회에서 높아지고 있다.

반군이 10개월간 장악한 팀북투는 1988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프리카 이슬람문화 중심도시다. 13∼16세기 서아프리카의 종교 문화 경제 구심점으로 무역활동을 통해 방대한 서적과 자료가 모여든 곳이다. 불탄 자료 중에는 이슬람문화가 전파되기 전의 아프리카 역사를 담은 것도 포함됐다. 영국 가디언지는 “2001년 탈레반 반군이 저지른 아프가니스탄 바미안 석불 파괴와 맞먹는 범죄행위”라고 비판했다.

소실된 건물은 팀북투 시 도서관과 아마드바부 고문서연구센터 두 곳이다. 에솝 파하드 팀북투 고문서연구재단 회장은 “사라진 고문서들은 서아프리카의 중세 번영기 역사와 문화를 기록한 유일무이한 자료였다”며 “오랜 세월 식민지배에 짓눌렸던 아프리카 대륙에도 인문학적 문화유산이 있었음을 보여준 증거가 한꺼번에 사라졌다”고 개탄했다.

파괴된 문서는 대부분 아라비아어로 기록됐으며 아프리카 언어, 터키어, 히브리어로 쓰인 자료가 일부 포함돼 있었다. 역사 종교 천문학 시문학 음악 의학 지리학 등 방대한 분야가 다뤄졌으며 여성 인권에 대한 문서도 존재했다. 가장 오래된 문서는 1204년 기록된 것이었다. 아마드바부 센터 직원이었던 세이두 트라오레 씨는 “문서를 조금만 읽어봐도 서구에서 퍼뜨린 ‘검은 대륙’ 이야기가 얼마나 허황된 거짓말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
#말리반군#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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