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3개국 ‘JIBs’는 지구촌 트러블메이커

  • 동아일보
  • 입력 2013년 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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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스라엘 영국 등 ‘친미(親美) 3개국’의 영문 이니셜을 딴 ‘집스(JIBs)’가 국제사회의 골칫거리로 떠오르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8일 보도했다. JIBs는 세계 최대 정치리스크 컨설팅 회사인 미국 유라시아그룹의 이언 브레머 회장이 올해 초 만든 조어다. 미국의 쇠퇴로 초래된 무극체제(G0) 시대에 3개국이 지역의 안정판 역할을 하기보다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담고 있다.

먼저 영국.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23일 “유럽연합(EU)에 대한 환멸은 과거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2017년까지 영국의 EU 탈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전날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엘리제 조약’ 50주년을 맞아 유럽 통합을 위한 협력을 선언한 데 찬물을 끼얹는 내용이었다. 엘리제 조약은 전쟁을 거듭하던 독일과 프랑스가 화해와 협력을 위해 1963년 프랑스 파리 엘리제궁에서 체결한 조약이다.

캐머런 총리는 심지어 EU 탈퇴를 국민투표에 부치는 안을 엘리제 조약 50주년의 전날인 22일 발표하려다 하루 연기했다. 그는 또 EU가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추진 중인 재정 및 금융 감독 통합에도 반대하고 있다. 영국의 EU 탈퇴는 봉합 국면에 들어가던 유럽 재정위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캐머린 총리에게 전화해 “우리는 강한 EU의 일원으로서 강한 영국을 평가하고 있다”고 충고했다.

이스라엘은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아랍 세계와 대립을 계속해 지역 분쟁을 격화시키고 있다. 핵무기 개발을 계속하는 이란에 대한 공격 의지를 거듭 밝히고 지난해 11월에는 가자지구를 공격했다. 급기야 오바마 대통령은 “이스라엘은 뭐가 자신에 가장 좋은 것인지 모르고 있다”고 네타냐후 정권의 강경 노선을 비판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22일 총선에서 재집권에 성공했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 출범 이후 중국과 한국 등 아시아 주변국과 긴장 관계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 볼 때 일본은 아시아 지역의 긴장을 높이는 존재로 비친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우려다. 이코노미스트지는 최근 ‘전쟁의 발소리’라는 제목으로 일본과 중국의 영토분쟁을 전하기도 했다.

브레머 회장은 올 초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칼럼에서 “일본과 이스라엘, 영국이 미국과의 동맹에 의지하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이는 미국 외교정책에도 좋지 않은 소식”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은 일본이 중국과 정면충돌을 피해 원만하게 지내고, 이스라엘은 중동과 세력균형을 이루며, 영국은 EU의 틀 안에서 영향력을 행사해 주기를 바라지만 어느 것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석한 글로벌 컨설팅업체인 액센추어의 마크 스펠먼 매니징 디렉터는 “지금 세계 최대의 난제는 경제위기가 아니라 지정학적 리스크”라고 말했다. 주요 국가들 간의 알력과 갈등이 더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의미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
#친미#JI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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