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75% 슈퍼과세’ 위헌… 올랑드식 부자증세 정책 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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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2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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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 “가구원 소득 합산 아닌 개인별 부과는 평등 어긋나”
야권 “국민 속인 정책 입증”… 정부 “1년 안에 대체 입법”

프랑스 헌법재판소가 29일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75% ‘슈퍼과세 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날 “100만 유로(약 14억1800만 원) 이상 소득자에게 해당하는 75% 소득세 세율 구간이 다른 소득세 부과 형태와 달리 가구 전체가 아니라 개인에게 적용되므로 조세 평등을 보장하지 않는다”며 헌법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번 위헌 소송은 우파 제1야당 대중운동연합(UMP) 의원들이 20일 제기했다.

현재 소득세는 가구별 소득 기준에 대해 부과된다. 하지만 75% 과세는 가구 소득이 아닌 개인 소득으로 부과 여부를 결정한다. 한 가구에서 120만 유로를 버는 사람이 한 명 있으면 이 사람은 100만 유로가 넘는 소득분에 대해 75%의 세금을 내야 한다. 그러나 한 가구에서 90만 유로를 버는 사람이 두 명 있을 경우 가구 전체 소득은 180만 유로에 이르지만 누구도 75% 과세 적용을 받지 않는 점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러나 헌재는 기존의 가구별 최고 소득세율 41%를 45%로 높인 것은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일단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75% 과세안은 2000명도 안 되는 ‘진짜 부자’에게 한정되고 “경제 재건을 위해 2년 동안 한시적으로 적용할 것”이라며 필요성을 역설해온 올랑드 좌파 정부의 상징적인 조세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파와 재계, 문화 체육 예술계 인사 상당수의 반대는 물론이고 이웃 나라 영국의 조롱 섞인 비판에도 불구하고 사회당 정부는 ‘분배의 형평성’ ‘부자의 국가 기여’ 논리를 내세워 75% 안을 밀어붙였고 10월 법제화에 성공했다.

이날 장프랑수아 코페 UMP 대표는 “올랑드 대통령은 부자 증세가 프랑스의 문제를 해결해줄 것처럼 국민을 속였다”고 헌재 결정을 환영했다. 프랑스 프로축구협회(LFP)는 “75% 과세는 유명 선수들에게 큰 타격을 준다”며 “헌재의 결정은 승리”라고 반겼다. BNP파리바은행의 도미니크 바레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결정은 정부의 부자 증세 정책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 만큼 채권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75% 과세안을 강하게 비판하며 벨기에에 새집을 마련해 ‘세금 망명’ 논쟁을 부른 국민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외는 헌재 발표 이후 “그렇다고 달라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며 거주지 이전과 국적 포기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정부는 슈퍼 과세를 다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장마르크 에로 총리는 “헌재 결정에 부합하는 새로운 과세안을 2013년 말 이전에 내놓겠다”고 말했다. 제롬 카위자크 국세예산장관은 “헌재 결정에 따른 세수 부족은 4억∼5억 유로에 불과해 전체 세수에 미칠 영향은 작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헌재 판결이 75% 과세 적용의 등가성을 문제 삼은 것이지 세율 자체가 높다고 판단한 것은 아니라며 “부자 과세는 조세 정의를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과세 대상을 가구로 바꾸면서 세율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대체 법안을 제출하면 된다는 것. 하지만 이 경우 과세 대상 가구가 크게 늘어나는 문제가 발생해 또 다른 논쟁이 예상된다고 프랑스 언론은 지적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과세#올랑드#프랑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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