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총선… 포퓰리즘 공약 쏟아내는 아베, 주워담는 노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1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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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민-민주 상반된 행보


12월 16일 총선을 앞둔 일본 주요 정당이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을 둘러싸고 완전히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무상복지 공약으로 정권을 잡았으나 이를 지키지 못해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직접 사죄했던 민주당은 이번에는 공약에서 수치를 제시하지 않는 신중함을 보였다.

반면 야당인 자민당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재는 연일 경기부양을 위한 폭탄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차기 총리가 유력한 그의 발언에 금융시장은 즉각 호응하고 있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아베 총재는 19일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디플레이션 탈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그는 앞서 17일 “일본은행의 윤전기를 돌려 무제한 돈을 찍어내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건설국채를 일본은행이 모조리 사들이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그의 발언에 닛케이평균주가는 19일 두 달 만에 9,100엔대를 돌파했고 20일에는 9,142.64엔에 장을 마감했다. 달러당 엔화 가치는 16일 이후 81엔대로 떨어져 7개월 만에 최저치를 나타내고 있다. 무제한 돈을 풀면 엔화가치가 떨어지고, 기업의 수출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아베 랠리’가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아베 총재의 발언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돈이 무제한 풀려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면 저금리에 발행된 기존 국채 가격이 폭락한다. 이 경우 국채를 대량으로 보유한 일본 시중은행이 줄도산할 수 있고 금리도 급등한다.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200%가 넘는 국가부채에 허덕이는 일본 정부는 금리 부담에 돈줄이 막히고 연금 지급 등 정부 기능이 마비될 수 있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은 가운데 돈만 풀리면 불황 속에 물가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초래해 서민경제의 숨통을 조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민주당은 19일 금액과 일정 등 수치 목표를 삭제한 총선 공약 초안을 내놓았다. ‘국민과의 계약’이라며 내걸었던 무상복지 공약을 지키지 못해 ‘거짓말쟁이 당’이라는 오명을 얻으며 중의원을 조기 해산한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간판 공약인 ‘최저연금 보장’은 2009년 총선 때는 ‘매월 7만 엔(약 93만3000원)’이라고 지급액을 명시했으나 이번에는 “실현에 노력한다”고만 했다. 최저 임금도 2009년에는 ‘시간당 급여 1000엔(약 1만3330원)을 목표로 한다’고 했으나 이번에는 “조기에 올린다”는 애매한 표현으로 바꿨다. ‘월 2만6000엔을 지급한다’고 약속했던 어린이 수당은 이번 총선 공약에서 뺐다.

한편 산케이신문이 20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일본 리더에 적합한 인물’로 극우 성향의 하시모토 도루(橋下徹) 일본유신회 대표대행이 15.6%의 지지를 얻어 1위를 차지했다. 이어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자민당 간사장(13.0%), 아베 총재(11.9%), 노다 총리(10.9%), 이시하라 신타로(石原愼太郞) 일본유신회 대표(10.5%) 순이었다. 평화헌법 개정과 관련해서도 ‘찬성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가 47.6%로, ‘반대 후보에게 투표하겠다’는 유권자(16.8%)를 크게 웃돌아 일본 사회 전반의 우경화 경향을 반영했다.

도쿄=배극인·박형준 특파원 bae2150@donga.com
#일본 총선#자민당#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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