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中통신업체 2곳 잠재적 스파이”… G2 경제전쟁 재점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0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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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의회가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을 잠재적인 스파이로 규정하고 미국 진출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중국 정부와 관영 언론이 격렬하게 반발하면서 양국 간 경제 전쟁이 재점화되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미 하원 정보위원회는 8일 보고서에서 중국의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ZTE)이 미국의 안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중국이 악성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탑재된 통신장비를 활용해 전시에 미국 안보시스템을 마비시킬 수 있다”며 “미 정부가 이들 회사의 장비를 일절 사용하지 않아야 하며 (중국 업체가) 미 기업을 인수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특히 화웨이의 전 직원으로부터 입수한 내부자료를 통해 이 회사가 중국 인민해방군 사이버전쟁 부대에 특수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통신기업들을 이용할 수단과 동기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1년 동안 해당 기업과 관련 업계에 대한 조사 및 청문회를 거쳐 작성됐다.

화웨이는 스웨덴의 에릭손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통신장비업체이며 ZTE는 세계 4위 휴대전화 제조회사다. 미 하원이 이처럼 강력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함에 따라 해당 기업의 미국 내 영업은 물론이고 중국 동종업체의 미국 시장 진출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예상된다. 실제로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미국의 시스코는 8일 ZTE와의 제휴 관계를 청산했다고 발표했다. 미 언론은 ZTE가 이란에 유무선 통신을 감시할 수 있는 장비를 판매한 의혹이 있다고 전했다.

화웨이와 ZTE는 미 하원의 주장을 수용할 수 없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화웨이 미국 지사의 윌리엄 플러머 부사장은 9일 중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서 “이 보고서는 (통신업계의) 기술적 상업적 현실을 무시한 근거 없는 추론이며 미국의 일자리와 (기업) 혁신을 무모하게 위협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ZTE도 e메일을 통해 “미국에서 사용되는 통신장비 대부분은 지금도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며 “의회의 주장대로라면 우리뿐 아니라 모든 장비업체에 이번 결정을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중국 정부도 반발하고 있다. 훙레이(洪磊) 외교부 대변인은 8일 “미국은 사실을 존중하고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상무부 국제무역경제협력연구원의 훠젠궈(·建國) 원장은 “이번 보고서는 추측에 기초한 음모론일 뿐”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중국에 거칠게 대응하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난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人民)일보는 9일 “화웨이와 ZTE는 삼성이나 현대처럼 미국에서 영업을 하고 있는 다국적기업일 뿐”이라며 “미 의회가 증거도 없이 죄를 추정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보복 조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런민일보 자매지인 환추(環球)시보는 “중국 기업을 못살게 구는 미국은 반드시 보복당할 것”이라며 미국에 ‘동등한 반격’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외교부는 경제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9일 국제경제사(司·한국의 국에 해당)를 신설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미국#중국 통신업체#스파이#경제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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