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방정부 “1250조원을 어디서…”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8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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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부양 깃발 높였지만 불황으로 투자계획 차질

중국 지방정부가 경기 부양을 위해 7조 위안(약 1250조 원)의 신규 투자를 추진 중이지만 재원 부족으로 실현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27일 중궈정취안(中國證券)보 등에 따르면 지난달 이후 광둥(廣東) 성, 구이저우(貴州) 성, 충칭(重慶) 시 등이 조 단위의 투자 계획을 내놓으면서 지방정부의 총 투자계획은 이미 7조 위안을 넘어섰다.

이번 투자 계획은 각 지방정부가 벌이고 있는 ‘성장 경쟁’에서 기인했지만 중앙정부의 의도적인 독촉 아래 이뤄진 측면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중앙정부는 4조 위안의 재정을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섰다. 하지만 물가 상승과 경제 구조조정 지연, 과도한 부동산 경기 과열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 때문에 올해는 현지 사정을 상대적으로 잘 아는 지방정부가 맞춤형으로 투자를 집행해 효율성을 높이라는 게 중앙정부의 기본 방침이다.

하지만 문제는 ‘실탄’이 부족하다는 것. 경제 전문지 차이신(財新)에 따르면 베이징(北京), 상하이(上海), 저장(浙江) 성, 광둥(廣東) 성 등 비교적 형편이 좋은 곳도 상반기 재정 수입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정도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이 도시들의 재정 수입 증가율 20∼30%에 비하면 많이 낮아졌다.

세수 증가율이 줄어든 이유는 기업의 이익률 하락과 부동산 경기 부진에 따른 토지 관련 세금 감소 등에 기인한다. 2009년만 해도 부동산 시장이 워낙 활황이었던 까닭에 세수 확보에는 별 문제가 없었다.

이 때문에 지방정부들은 세금 외에 국유자산이나 자원 개발 등 새로운 재원을 마련하느라 안간힘을 쓰고 있다. 실제로 1∼7월 중국 지방정부의 수입은 작년 동기 대비 13.8% 늘었지만 비(非)세수 수입 증가율은 25.7%에 이른다.

그러나 비세수 수입이 전체 재정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이미 일부 지방정부는 파산 위기에 직면한 곳도 있다. 의욕이 앞서 발표한 계획대로 투자를 집행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것은 이런 속사정 때문이다.

광둥 성 둥관(東莞) 시 산하의 스파이(石排) 진은 최근 무료 마을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또 장무터우(樟木頭) 진은 부채가 16억 위안(약 2800억 원)에 달해 재정 수입으로 지출을 감당할 수 없는 상태가 됐다고 대만 롄허(聯合)보가 전했다. 둥관 시 자치단체들은 경기 둔화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해당 지역 중소기업들이 파산하면서 재정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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