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전 격화 시리아 접경을 가다]<3> “숨진 반군남편 떠올리며 쪽방서 버텨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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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마프라끄市 난민들

지난해 11월 시리아 반군이던 아버지가 숨진 뒤 요르단으로 탈출한 소년 아사드(왼쪽)와 그의 동생, 어머니. 이들은 아사드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나르며 벌어온 일당 4800원으로 겨우 살아간다. 마프라끄=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지난해 11월 시리아 반군이던 아버지가 숨진 뒤 요르단으로 탈출한 소년 아사드(왼쪽)와 그의 동생, 어머니. 이들은 아사드가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나르며 벌어온 일당 4800원으로 겨우 살아간다. 마프라끄=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소년 아사드(10)는 시리아 난민이 몰려 사는 요르단 북동쪽 마프라끄 시(市)의 슈퍼마켓에서 일한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과일과 음료수 등을 어깨에 지고 나르며 받는 일당은 3디나르(약 4800원). 아사드가 버는 돈으로 엄마와 형 2명, 동생 알리(9)까지 5명의 식구가 먹고산다.

아사드 가족은 지난해 11월 시리아 홈스에서 반군이었던 아빠가 숨진 뒤 요르단 국경을 넘었다. 12m² 정도 되는 방 1개와 좁은 부엌이 있는 집에서 100디나르(약 16만 원)의 월세를 내고 산다. 월세의 상당 부분은 구호기관이 도와준다. 고향에서 간호사였던 아사드 엄마는 “왜 이렇게 사나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수십 번씩 하지만 죽은 남편을 생각하며 독하게 마음을 먹는다”고 말했다.

이제 갓 돌을 넘긴 딸 림므와 아들 알리(3)를 키우는 파트마 씨(21)는 며칠 뒤 반군으로 들어갈 남편(26)과의 이별을 준비 중이다. 9m²도 안 되는 방 하나와 옆에 딸린 작은 창고가 이들 4명이 사는 곳. 시멘트 바닥 위에 깔아 놓은 다 찢어진 매트리스 4개 중 2개는 고향 홈스에서 갖고 왔고 다른 2개는 누가 버린 걸 주워 와서 빨아 쓰고 있다. 파트마 씨는 최근 고향에서 엄마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빠 6명이 모두 반군으로 싸우고 있는데 최근 1명이 잡혀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돈이 없어 아이들을 위한 음식을 못 산다”고 말했다. 기자가 “반군이 승리해 고향에 돌아가 정부군을 만나면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자 “손에 피를 묻힌 자들은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했다.

요르단에 있는 시리아 난민은 3만5000명이 넘는다. 이들은 수도 암만 북동쪽 80km에 있는 마프라끄에 1만∼1만2000명(2500가구)이 거주하고 있다. 마프라끄 난민의 90%는 반정부 시위의 불꽃을 일으킨 홈스 출신. 나머지 대다수 난민은 암만에서 북쪽으로 70km 떨어진 국경도시 람사에 산다.

이들의 생활상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었다. 침대 TV 냉장고가 갖춰진 터키 남부의 난민캠프는 이곳에 비하면 호텔 수준이었다. 가장 큰 문제는 밤에 누워 잘 곳. 터키처럼 난민캠프를 제공하지 않다 보니 제각기 집을 월세로 빌려야 한다. 1년 전만 해도 방 한 칸에 다용도 공간 한 칸이 있는 집이 월 40∼50디나르(약 6만4000∼8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3배 올랐다. 한두 번만 월세를 내다 더 못 내는 난민과 퇴거를 요구하는 집주인 간 마찰이 일상화됐다.

집은 모자라고 월세는 비싸다 보니 닭장이나 양을 키우던 우리를 적당히 개조해 난민에게 임대하는 사람까지 생겼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남편을 둔 마하 씨(23)가 아들 샤헤드(3)와 딸 나와트(2)를 키우는 곳도 닭장을 개조한 곳이었다. 천장은 합판이고 구석에 작은 창문(30×30cm)이 있을 뿐이다. 마하 씨 가족은 월세로 60디나르(약 9만7000원)를 낸다.

마프라끄·암만(요르단)=이종훈 특파원
마프라끄·암만(요르단)=이종훈 특파원
요르단은 국경을 폐쇄하지는 않았지만 국경을 접한 시리아 남부는 아직도 정부군이 장악한 곳이 많아 난민들이 국경을 넘는 것은 사투다.

한편 29일 경제 중심지 알레포에서는 정부군이 전투기 헬리콥터 탱크 등을 동원해 맹공하고 반군도 이에 결사적으로 저항했다. 영국 런던에 본부를 둔 시리아인권관측소는 전국에서 벌어진 충돌로 전날 민간인 94명, 반군 33명, 정부군 41명 등 168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유엔 시리아 휴전감시단장이었던 노르웨이의 로버트 무드 소장은 27일 “시리아 정부군의 집단 이탈이 가속화된다면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는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 “담요등 구호품 태부족… 국제사회 도와주세요” ▼


■ 난민 돌보는 사하우네 목사


마프라끄에 있는 시리아 난민 2500가구 중 3분의 1인 800가구(3000여 명)를 돌보고 있는 누르 사하우네 목사(47·사진). 이 마을의 유일한 개신교 목사인 그는 ‘파티 아빠’로도 불린다. 파티는 그의 큰아들 이름. 난민들은 그를 큰아버지처럼 따르고 의지한다.

지난해 8월부터 난민 지원 활동을 시작한 그의 컴퓨터에는 지금까지 교회가 제공한 구호물자나 금전적 지원 내용이 난민 리스트와 함께 빼곡히 저장돼 있다. 다른 구호단체와 정보를 교환해 지원대상 난민이나 물품이 중복되지 않게 조정하고 순위를 결정하는 업무도 맡고 있다.

사하우네 목사는 “이곳은 터키와 달리 무료 캠프가 없어 난민들이 각자 집을 구하고 가재도구도 사야 하는 게 문제”라며 “국제사회와 구호단체의 도움으로 매트리스 담요 가스레인지 그릇 등 난민에게 급한 것부터 마련해 나눠주고 있지만 그래도 크게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매트리스가 없어 시멘트 바닥 위에서 자는 난민도 있다. 한 집에 서너 가족, 20여 명이 함께 거주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마프라끄·암만(요르단)=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시리아 사태#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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