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원짜리 미술품, 상속세 333억?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7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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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매매금지 작품에 부과 논란

니나 센델과 안토니오 호멘 씨는 미국 뉴욕에서 화랑을 운영하다 2007년 사망한 어머니 일레나 소나벤드에게서 포스터모더니즘의 대표작 중 하나로 꼽히는 ‘캐니언’(사진)이란 미술 작품을 상속받았다. 센델 씨 등은 이 작품을 시장에 내다팔 수 없었다. 팝아트의 거장 로버트 라우션버그가 1959년에 완성한 이 작품은 생사에 관계없이 연방법으로 유통과 판매가 엄격하게 금지된 미국의 국조(國鳥) 흰머리수리 박제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 국세청이 최근 이 작품에 대한 상속세 등으로 센델 씨 등에게 2920만 달러(약 333억 원)를 부과하자 호주머니를 털어 거액의 세금을 내야 할 처지에 몰린 센델 씨와 미술업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22일 전했다.

국세청의 과세를 앞두고 크리스티 경매를 포함해 피상속인 측의 의뢰를 받은 3개의 평가업체는 이 작품의 시장가격을 ‘0’으로 매겼다. 하지만 미술 작품의 시장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국세청 산하 미술품 감정위원회는 이 작품과 비슷한 명성의 미술품 판매 가격을 감안해 이 작품의 가격을 6500만 달러로 평가했다.

피상속인들은 과세를 취소해 달라는 행정소송을 냈고 다음 달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최종 판결이 내려진다. 피상속인들은 이전에도 모친에게서 상속받은 미술품에 대한 상속세를 내기 위해 해당 미술품을 시장에 내다팔아 세금을 냈지만 이번에는 불가능하다고 과세당국의 현명한 판단을 요청했다. 패티 스펜서 변호사는 “판매하는 것 자체가 불법인 물건에 대해 어떻게 이런 식으로 가격을 매기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이처럼 미술품에 대한 과세가 엄격하지만 한국에서는 미술품이 대표적인 절세 및 탈세 수단이 되고 있다. 작고한 작가에 한해 거래 가격 6000만 원 이상의 골동품 및 서화에 대한 양도세 부과방안은 당초 지난해 도입될 예정이었으나 2013년 1월로 시행이 늦춰졌으며 이 또한 다시 연기될 수 있다.

상속 및 증여세의 경우 미술품의 내재가치를 산정할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과세 기준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과 전군표 전 국세청장의 뇌물 혐의 등 각종 비리 사건에 미술품이 잇따라 등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0원짜리 미술품#상속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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