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위기론’ 설왕설래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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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엄청나 스페인 다음 구제금융 1순위”
“재정적자 적고 은행 튼튼해 아직 견딜만”

스페인 구제금융에도 비관론이 가라앉지 않으면서 ‘PIIGS’(포르투갈·이탈리아·아일랜드·그리스·스페인) 국가 중 유일하게 구제금융을 받지 않고 있는 이탈리아의 위기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마리아 페크터 오스트리아 재무장관이 12일 한 인터뷰에서 “이탈리아가 막대한 채무 때문에 구제금융을 받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한 게 불씨를 키웠다.

이에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과거 재정 관리에서 무질서한 면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탈리아는 앞으로도 구제금융을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라며 페크터 장관의 발언을 반박했다.

시장은 ‘이탈리아 위기설’에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유로존 3위와 주요 7개국(G7)에 속하는 경제대국 이탈리아는 경제 규모(국내총생산·GDP)가 스페인의 1.5배이고 구제금융을 받고 있는 4개국 GDP를 합친 것과 비슷하다.

가장 큰 문제는 2조 유로(약 2900조 원)가 넘는 부채. GDP의 120%로 유로존에서 그리스(165%) 다음으로 높다. 제조업의 기반이 약하고 올해 ―1.7% 성장이 예상되는 등 고질적인 저성장의 어두운 전망도 뒤따른다.

더 큰 문제는 시장의 ‘믿음’이 식어가고 있는 것. 시장에는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하나”라는 인식이 팽배하다. 11일 스페인 구제금융의 반짝 효과가 끝나자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 금리가 6%를 돌파해 4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탈리아는 올해 말까지 매달 평균 323억 유로의 빚을 갚아야 하는데 이런 금리 수준이 수개월 계속되면 견디기 어렵다.

반면 GDP 재정적자는 대다수 유로존 국가보다 낮은 3.9%에 불과하다. 경상적자도 4.2%로 양호하다. 부동산 부실대출로 망가진 스페인 아일랜드처럼 은행이 크게 부실한 것도 아니다. 실업률(10%)은 스페인(24%)의 절반 이하로 프랑스와 비슷하다.

한편 조지 오즈번 영국 재무장관은 12일 유럽 단일통화 체제의 붕괴를 막기 위해 그리스가 유로존을 나가도록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즈번 장관은 “유럽 단일통화 체제의 붕괴를 막을 조치가 필요하다는 점을 자국민들에게 설득하기 위해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이탈리아 위기론#재정적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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