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욕하면 벌금 20달러 물린다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6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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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미들버러市 주민투표 통과
언어폭력 규제, 오프라인 확산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작은 도시 미들버러는 체리의 일종인 크랜베리로 유명하다. 이곳에서 자동차 수리점을 운영하면서 도시 미화를 위한 시민단체를 이끌고 있는 미미 듀플리 씨(63·여)는 도시를 정말 더럽히는 것은 길거리에 넘쳐나는 욕설이나 모욕적인 언사라고 생각했다. 가게 앞에서 욕설을 주고받는 젊은이들을 몇 차례 나무라기도 했지만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결국 경찰서장을 찾아가 처벌 규정을 만들어 줄 것을 요청했고 서장은 주민투표에 부쳤다.

미들버러 주민들은 11일 주민투표를 실시해 거리에서 욕설을 퍼붓거나 남을 모욕하면 20달러(약 2만3000원)의 범칙금을 부과하는 규정을 압도적인 지지로 통과시켰다.

미 연방 수정헌법은 의사 표현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다만 각 주 정부는 시나 타운 등 기초자치단체 자율로 공공장소에서 상대방을 언어 등으로 위협하는 사람을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욕설에 대해 범칙금을 부과하기는 미들버러가 처음이다. 일부 젊은층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말살하는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반발하지만 대다수 주민은 ‘거리에서의 깨끗한 언어’를 원했다.

미들버러의 조치는 ‘언어폭력’에 대한 처벌이 온라인에서 오프라인으로 확대되는 또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최근 뉴욕 주의회는 익명으로 온라인 댓글을 다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도입했다.

이에 앞서 4월 앨라배마 주의회는 의회 표결 직후 로비스트들이 의원들을 원색적으로 비난하자 ‘언어폭력’을 꾸짖는 공식 징계 절차를 밟았다.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시와 앨라배마 주 모바일 시는 몇 년 전 ‘언어폭력 없는 주간’을 제정하기도 했다.

미들버러의 실험은 시행 과정에서 적잖은 난항이 예상된다. 무엇보다 어디까지가 상대방을 모욕하는 욕설인지 불분명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보스턴 레드삭스가 패하다니! 이런 × 같은”처럼 불특정 상대를 향한 이해할 만한 수준의 욕설은 용인된다고 전했다.

경찰은 순찰을 돌면서 상대방을 위협하는 발언이나 고성, 욕설을 퍼붓는 주민들을 적발해 벌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정확하게 규정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혼자 떠드는 것보다 불쾌감을 느끼는 상대방이 있는 경우에 범칙금이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부 젊은이는 표현의 자유 침해라며 위헌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매슈 시걸 미국시민자유연맹 매사추세츠 지부 법률책임자는 “대법원은 단순히 불경스러운 내용이나 욕설을 담았다는 이유로 공공장소에서 말할 권리를 제한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욕설#벌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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