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졸자 53% 백수-단순직 종사자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4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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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대학에 가라고 한다. 하지만 졸업하고 마주치는 것은 ‘텅빈 절벽’이다.”

미국 중부 테네시주립대에서 생물학을 전공하고 지난해 5월 졸업한 켈맨 에드워드 씨가 AP통신에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그는 졸업 후 연구실 일자리를 알아봤지만 경력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실패했다. 결국 그가 잡은 일자리는 건설 근로자였다. 학교 취업상담실은 그에게 대학원 진학을 권유했지만 이미 5500달러(약 627만 원)의 학자금 빚이 있어 그마저도 어려웠다.

지난해 미국 대학 졸업자 가운데 두 명 중 한 명이 백수이거나 제대로 된 직장을 잡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비슷한 수가 같은 상황에 처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2일 AP통신이 노스이스턴대 연구팀의 지난해 서베이 결과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25세 이하 대졸자 가운데 53.6%인 약 150만 명이 일자리를 잡지 못했거나 웨이터, 바텐더, 상점 계산원 등 굳이 대학 졸업장이 필요 없는 직종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11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3만 달러 이상에 달했던 대졸자 연봉 초임 중간값(median income)도 지난해 2만7000달러(약 3079만 원)까지 떨어졌다. 200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새롭게 창출되는 직군도 고령자 돌봄서비스 등 연봉이 낮은 직군이 많아 향후 일자리 시장 전망도 좋지 않다. 전공별로 컴퓨터과학, 교육, 보건 전공자들에게는 그나마 일자리가 있으나 예술, 인문학 분야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어바인 캘리포니아대의 데이비드 노이마크 교수는 “대졸자들이 취업이 어려우니 눈높이를 낮춰 단순 업무 직종에서 일하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앞으로는 높은 질의 교육을 받은 외국 출신자와도 경쟁을 해야 하는 만큼 더 취업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에서도 학력 인플레 때문에 대학 졸업장만으로 충분하지 않아 석박사 학위 취득을 위해 다시 캠퍼스로 돌아가는 경우도 흔히 목격할 수 있는 풍경이 되어 가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美 대졸자#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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