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안먹혀… ‘중동 두통’ 앓는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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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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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핵-시리아 유혈사태 등 잇단 처방 약발없어 ‘속앓이’
믿었던 우방 이집트마저 미국민 법정에… 체면 구겨

지난해 아랍의 봄 당시 예견됐던 중동에서의 미국 영향력 약화가 현실화되고 있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한 국방비 감축까지 겹치며 미국이 중동에서 ‘종이호랑이’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실제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개발과 시리아의 유혈 사태에 실효성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은 이란에 대한 서방의 경제 제재를 이끌어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목표로 했던 이란의 핵 포기는커녕 외교적 고립마저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은 물론이고 이란으로부터 자국 원유 수요량의 12%를 들여오는 인도도 이란에 대한 금융 제재에는 동참하지 않고 있다. 이란은 미국의 동맹인 파키스탄과도 수십억 달러 규모의 가스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그 덕분에 이란은 이들 국가로부터 생필품과 식료품을 공급받으며 버티고 있다.

시리아에 대해서도 미국은 별다른 처방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엔 평화유지군 파병 또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차원의 군사 개입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지만 미국 정부는 아직까지 무력 개입 반대 입장을 취하고 있다. 리비아 내전과 비교했을 때, 시리아는 정부군의 조직력과 무기 성능이 뛰어나며, 인구 밀도가 높아 무고한 시민들이 희생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호스니 무바라크 대통령 재임 시절 미국의 든든한 우방이었던 이집트마저 미국 정부의 호소를 무시하고 미국인들을 자국 법정에 세워 미국의 체면을 구겨버렸다. 이집트는 미국인 19명을 포함한 비정부기구(NGO) 활동가 43명의 공판을 26일 시작하기로 했다. 이들은 이집트 정부 허가 없이 국제기구 지사를 설립하고 불법적으로 외국 자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사건으로 1978년 캠프데이비드 협정 후 미국과 이집트의 30년 동맹이 흔들릴 위기에 놓였다고 분석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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