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마이애미 노숙여성 쉼터 ‘로터스 하우스’ 가보니

컴퓨터-요가 등 재활 강좌… 아이들 방까지 별도 제공

미국 마이애미 흑인 슬럼지역에 있는 여성 노숙인 쉼터 ‘로터스 하우스’에서 노숙인 여성들이 야외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있다. 마이애미=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미국의 대표적 휴양도시 마이애미. 전 세계 부자들이 겨울휴가를 즐기는 화려한 곳이지만 도심에서 조금만 벗어나면 홈리스 흑인 여성이 길거리를 배회하는 대표적인 가난한 도시이기도 하다. 마이애미 시가 파악하고 있는 홈리스 노숙인은 840명. 경기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어두운 그늘 속에서도 재활을 꿈꾸며 몸부림치는 여성 홈리스들이 있다. 연민과 희망을 뜻하는 ‘연(蓮)꽃의 집’으로 불리는 ‘로터스(Lotus) 하우스’다. 기부(85%) 및 정부보조금(15%)으로 운영되는 이 쉼터에는 희망의 세상을 위해 하루하루 노력하는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1일 시내 대표적인 흑인 거주밀집지역인 오버타운에 위치한 이곳에 들어서니 야자수 나무가 에워싼 테이블에 흑인 여성이 4, 5명씩 앉아 쉬고 있다. 2006년 3월 세워진 비영리단체인 이곳에는 매년 홈리스 여성과 아이 등 총 130여 명이 생활하고 있다.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 간 사람들은 모두 700여 명. 거주지가 일정치 않은 여성이나 돌봐야 할 어린아이가 있는 사람이 우선 대상이다. 거리를 배회하는 여성을 경찰관이 데려오기도 하고 교도소나 병원 등에서 이곳으로 옮겨지는 여성도 적지 않다고 한다.

이곳엔 거주공간(2인 1실)뿐 아니라 식당이나 아이들 방도 따로 있다. 비용은 모두 무료다. 이곳의 장점은 단지 일시적인 피난처가 아니라 노숙인 신세에서 벗어날 수 있게 재교육을 시킨다는 점. 컴퓨터교육실은 마이크로소프트 워드와 엑셀 등 PC를 공부하는 여성의 열의로 가득했다. 이들은 1년 동안 머물면서 기본적인 의식주뿐 아니라 신체 및 정신 질환 치료, 카운슬링, 요가, 컴퓨터 강습, 직업훈련 및 구직활동 지원 등 다양한 인생 재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미술과 공예, 글쓰기, 요가, 춤 등 교양과목뿐 아니라 아이를 보살피는 교육도 받을 수 있다. 식당과 가정부 소매업 등에서 일할 수 있도록 직업훈련 프로그램도 가동하고 있다.

4개 건물 가운데 한 곳에는 아이 없는 여성 34명이 생활하고 있고, 나머지 3개 건물에는 아이와 함께 100여 명의 여성이 살고 있다. 1년 동안 모든 것이 공짜지만 매일 오전 6시에 기상하는 규칙적인 생활을 하면서 카운슬링을 받고 교양과목도 선별적으로 이수해야 한다. 술과 마약은 일절 금지다.

지난해 8월 9일 들어왔다는 니키아 씨(35)는 “열일곱 살 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딸을 낳아 길거리를 배회하다가 이곳을 알게 됐다”며 “길거리에선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지만 지금은 여기서 좋은 친구들을 많이 사귀고 삶을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나는 진정 축복받은 사람이다”고 말했다.

임신 상태에서 길거리를 배회했던 돈 트레일 씨는 1년 동안 이곳에서 직업교육을 받은 뒤 유통회사에 취직하면서 이제 독립해 자기 집에서 아이를 키우고 있다. 5년 전 이곳에 들어온 뒤 지금은 이곳 헬스담당 매니저로 일하는 레이 씨는 사회복지학 석사를 땄다고 했다.

로터스 하우스를 설립해 운영하는 자원봉사자 겸 원장인 콘스턴스 콜린스 씨는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하층민 여성이 직격탄을 맞아 직장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편”이라며 “많은 여성 노숙인이 들어오려고 하지만 130명만 수용할 수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이애미=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