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요르단-베트남 ‘핵연료 재처리’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26일 03시 00분


코멘트

원자력협상서 종전방침 철회
한미 협상에도 영향 줄듯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래 원자력협력 협상의 ‘황금률(gold standard)’이라고 불렀던 핵정책을 철회했다고 미 고위관리들이 25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오바마 행정부가 요르단, 베트남과 원자력협정 사전 협상을 벌이면서 상대국의 핵연료 생산 금지를 요구했던 종전의 방침을 철회했다며 이같이 전했다.

오바마 행정부는 지금까지 핵무기 생산에 사용될 수 있는 2가지 기술인 우라늄 농축이나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금지를 명시한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원자력협력협정을 모범 사례로 평가했었다. 따라서 이런 정책 변화는 향후 미국과 원자력협정을 체결하는 국가들에 농축 및 재처리 금지를 강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2014년 만료되는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 사용후핵연료 처리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건식처리) 도입을 요구하는 한국 정부의 입지가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WSJ는 “이번 정책 변화는 미 행정부 내부기관 간 폭넓은 재검토 과정을 거쳐 채택된 것”이라며 “이에 대해 일부 미 의원들은 민감한 핵기술을 쉽게 확산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행정부가 ‘황금률’에 손댄 것은 경제적인 이해관계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책 재검토에 관여했던 미 관리들은 “대부분의 국가들이 UAE 협정 방식을 따르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미 정부의 ‘황금률’은 핵확산금지조약(NPT)이 각국에 허용하는 농축, 재처리 권리까지도 포기하도록 만드는 지나치게 엄격한 양자협정 형식이었다. 이로 인해 한때 세계 원자력발전소 건설시장의 50%를 차지했던 미국 기업들의 지분은 최근 20%로 축소됐다. 그 자리를 러시아, 프랑스, 한국 기업들이 차지하면서 결과적으로는 미국이 직접 저개발국의 원자력발전소를 감시할 기회를 잃었다는 것.

WSJ는 “한국 정부 관리들은 1974년 체결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에서 원자력산업의 성장에 따라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처리 방법인 파이로프로세싱을 요구하고 있다”며 “미 관리들은 이런 변화가 북한의 핵무기개발프로그램 포기를 촉구하는 노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WSJ는 미국과 베트남의 원자력협정이 UAE 모델을 따르지 않을 경우 미국이 서울에만 엄격한 조건을 수용하라고 요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 외교통상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태스크포스(TF)’ 관계자는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미국이 원자력협정과 관련된 정책 변경에 대해 구체적으로 통보해온 것은 없다”며 “정부는 협상에 도움이 되는 방향이 있는지 잘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