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앞두고… 이란 되살아나는 ‘神-政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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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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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지도자 모독 혐의 국영 IRNA통신사장 징역형
“국제사회 제재 움직임속 대통령 강력대응 주문” 분석

핵무기 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 움직임이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이란 권력층 내부에서 신(神)-정(政) 갈등까지 불거져 제재 국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란 이슬람혁명재판소는 15일 알리 아크바르 자반베크르 국영 IRNA통신 사장에게 징역 1년과 5년간 정치·언론활동 금지를 선고했다고 현지 보수일간지 마슈레그뉴스가 보도했다. 이란 최고지도자인 알리 호세인 하메네이를 모독한 혐의지만 자세한 혐의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다.

로이터통신은 3월 2일 총선을 앞두고 보수세력 내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 세력 간의 권력투쟁이 심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군기 잡기’ 성격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IRNA통신이 수년간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 지지 세력의 충실한 선전기관으로 자리매김해 왔으며 자반베크르 사장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의 자문위원 역할을 맡아 왔기 때문이다.

자반베크르 사장은 지난해 11월에는 여성의 전통복장인 차도르의 기원이 19세기 파리에서 시작됐다는 기사를 내보내 이슬람 규범을 어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메네이로 대표되는 이슬람 성직자 및 강경 보수파는 자반베크르 사장을 비롯한 친(親)대통령 세력에 대해 국가 운용에 있어 이슬람 원리가 아닌 ‘일탈’을 저지르고 있다고 비난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자반베크르 사장에 대한 징역형 선고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게는 서방국가의 제재 압박에 더욱 강경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이라는 관측도 없지 않다. 이란에서는 1979년 이슬람혁명으로 신정체제가 들어선 후 종교지도자의 입김이 강할 때에는 서방에 강경 대응해왔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의 권한은 단순 행정권만을 갖는 대통령에 비해 막강하다. 종교는 물론이고 사법권을 포함해 군사령관 대법관 검찰총장 및 주요 장관의 임면권을 갖기 때문이다.

하메네이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과의 갈등이 불거진 것은 지난해 4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하메네이 측근인 모스레히 정보장관을 해임하면서부터다. 하메네이가 거부권을 행사해 장관의 복직을 지시했으나 대통령이 항의의 표시로 11일간 업무를 거부하는 등 대립각을 세웠다. 대통령이 최고지도자의 명령에 반기를 든 것은 처음이다.

이후 둘의 세력 다툼은 의혹 제기와 유죄 선고 등으로 얼룩지며 계속됐다. 지난해 6월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하메네이의 아들 모즈타바 하메네이에 대해 국고 횡령 혐의를 제기했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하메네이가 최고지도자 자리를 아들에게 물려주려는 움직임을 견제한 것으로 해석했다. 9월에는 에스판디아르 라힘 마샤이 대통령비서실장의 불법 대출 의혹이 불거져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이 곤경에 처한 바 있다. 마샤이 비서실장이 자신과 친분이 있는 사업가에게 특혜 대출을 받도록 도움을 줘 28억 달러 규모의 불법 대출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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