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더기 신용강등]국내 외환-주식시장 ‘외화 가뭄’ 시달릴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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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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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의 무더기 신용등급 강등으로 한국의 외환, 주식시장에도 적지 않은 충격파가 우려된다.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국제 자금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면서 국내 은행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와 같은 외화 가뭄에 시달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 시기가 몰려 있는 올 2∼4월이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 금융회사들이 외화 조달을 위해 발행하는 해외 채권의 가산금리는 지난해 중반과 비교하면 이미 두 배 가까이로 높아진 상황이다. 달러를 조달하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는 뜻이다. 한 시중은행 자금부장은 “작년엔 미국 국채금리에 150bp(1bp는 0.01%)만 금리를 더 얹어주면 채권 발행이 됐는데, 지금은 이 가산금리가 300bp까지 치솟았다”며 “그나마 외화를 어느 정도 쌓아놓고 있어서 다행이지 신규 조달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투자자들은 일반 국채나 회사채는 거들떠보지도 않을 정도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다. 국내 은행의 한 외화조달 담당자는 “유럽에선 중장기채권은 전혀 사지 않으려는 분위기”라며 “신인도가 최고인 미국과 독일 국채 말고는 금융회사와 일반 기업은 채권을 발행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장단기 차입금리는 지난해 하반기 지속적인 오름세를 보였다. 금융당국은 “아직 은행들의 외화유동성이 양호하다”고 말하지만 유럽 일부 국가의 디폴트(채무불이행)나 신용등급 추가 강등으로 사태가 악화되면 은행들도 힘에 부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유럽 주요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국제 금융시장 불안 여파는 현금 확보가 시급한 유럽계 은행들의 자금 회수를 부추겨 국내 시장에 ‘환율 급등, 증시 급락’의 악순환을 부추길 수 있다. 이미 지난해 국내 증시에서 유럽계 자금 15조 원이 이탈했고, 미국계 자금 유입액도 2010년 15조 원에서 지난해 5조 원으로 급감한 상태다. 국제 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위험지표도 불안한 모습이다. 2014년 4월 만기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는 12일 현재 175bp까지 뛰어 한 달 전에 비해 10bp 이상 올랐다.

다만 주식시장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지난해 12월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이 예고된 이후 국내외 증시가 이를 미리 반영했다는 뜻이다. 홍순표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유로존 국가들에 대한 신용등급 강등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것은 지난 주말 유럽과 미국 증시를 통해서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위기의 전개 방향은 2∼4월로 예정된 유럽 국가들의 국채 만기 시기가 어떻게 지나가느냐에 따라 명확히 가려질 것으로 보인다. 이 기간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는 각각 1400억 유로, 500억 유로어치가 만기를 맞는다. 우리투자증권 강현철 연구원은 “충격의 크기는 투자심리와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의 채권 만기 소화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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