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무더기 신용강등]기업들 실물경제 촉각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6일 03시 00분


코멘트

한국경제 ‘복합 위험’ 증폭… 1분기 ‘마이너스성장 쇼크’ 오나

《 국제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13일 프랑스 등 유로권 9개국의 신용등급을 무더기로 강등함에 따라 세계 경제가 다시 출렁이고 있다. 예견된 악재(惡材)여서 지난해 8월 미국 신용등급 하락 때만큼 파고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국제자금시장 위축에 따른 금융시장의 충격, 선진국의 수요 감소에 의한 수출 부진을 우려하고 있다. 》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주요 국가의 신용등급 강등과 미국-이란 간 갈등이 예상보다 빨리 현실화되면서 우리 경제에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경제정책을 수립하면서 이미 시나리오에 포함했던 일이기 때문에 충분히 준비해 왔다”고 말하지만 유가 상승, 교역 둔화 등 실물경제 충격으로 이어질 경우 올 1분기에 마이너스 성장률을 보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유로존 신용등급 강등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2월부터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의 만기 국채 상환 부담이 커지게 된다. 이탈리아의 경우 올해가 만기인 전체 국채 금액 3309억 유로(약 489조7320억 원) 중 40% 이상이 2∼4월에 집중된다.

금융시장 불안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 당장 조선, 전자 등 한국 기업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다. 수출 업계는 유럽위기 고조에 따른 선진국 시장의 수요 감소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따른 교역 위축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우리 수출에서 유럽연합(EU)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에 이른다. 특히 한국의 주력 수출품목인 조선, 전자, 자동차 등은 유럽 의존도가 높다. 권영대 한국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2월 이후 유럽 국가의 신용등급 하락이 가시화할 것으로 봤는데, 그 시기가 예상보다 빨라졌다”며 “올해 수출 목표 달성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란산(産) 원유 금수 조치를 뜻하는 미국 국방수권법 시행도 큰 악재다. 정부는 6개월간의 법 시행 유예 기간에 다양한 외교적 채널을 통해 최대한의 예외를 인정받겠다는 방침이지만 정부 의지대로 일이 풀릴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태다. 이란 사태가 자칫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어진다면 단순히 이란산 원유를 들여오지 못하는 차원을 넘어 고유가와 저성장이 맞물리는 ‘스태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자칫 유가 상승과 세계경제 불안에 따른 환율 상승이 맞물린다면 우리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배가될 수 있다.

이미 연초부터 생산, 출하, 소비가 감소하고 재고가 증가하는 전형적인 경기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어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정부가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을 3.7%로 낮게 잡았다지만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이 현실화되면 이조차도 달성을 장담하기 어려워진다. 배상근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본부장은 “수출 위축을 채워줄 민간소비, 설비투자, 건설투자 등이 기대만큼 회복되지 않고 있다”며 “1분기 성장률이 전기 대비 0% 또는 마이너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당장 위기관리에 돌입한 은행들이 조선, 해운, 건설, 부동산개발업 등 금융위기 이후 타격이 컸던 업종 중심으로 연체율 관리에 들어가면서 중소기업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출금을 회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신규 대출과 만기 연장 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중소기업들이 자금 압박에 시달릴 개연성이 높아졌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유럽 재정위기가 국내 실물경제에 영향을 줄 소지가 높은 만큼 부실이 확산되지 않도록 선제적 관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상훈 기자 january@donga.com  
박용 기자 park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