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전 이란 제재땐 유가 안정… 이번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1월 1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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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엔 對美물량 타국 수출
지금은 EU-亞 동조 파장 클듯

이란에 대한 미국의 석유 금수조치가 25년 만에 재개될 예정인 가운데 금수조치로 인한 후폭풍이 과거 금수조치 때와는 크게 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란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가 단행되면 25년 전에 비해 이란이 받을 타격은 훨씬 더 클 것으로 보인다고 12일 보도했다.

1987년 10월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이란 석유에 금수조치를 내리자 이란은 미국으로 수출했던 하루 평균 50만 배럴의 원유 수송을 중단했다. 지난해 이란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일일 수입량(54만 배럴)과 맞먹는 규모였다. 당연히 국제유가 시장은 유가 급등을 우려했다. 하지만 10월 초 배럴당 20달러였던 원유가격은 오히려 두 달 뒤 15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이란이 미국 수출물량을 다른 국가에 모두 팔았기 때문이다. 결국 이란에 타격을 입히겠다는 미국의 의도는 빗나갔다.

그러나 25년이 지난 현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 무엇보다도 이란은 1987년 때처럼 다른 국가로 유통망을 넓히는 것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과거와 달리 이란의 원유 수출국은 일부 유럽국가와 중국 인도 일본 한국 남아프리카공화국 스리랑카 대만 터키 등으로 한정돼 있다. 이란 원유 수출량의 15%를 수입하는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금수조치에 합의해 23일 열리는 EU 외교장관 회의에서 최종 결정안에 서명하는 일만 남겨두고 있다. 또 미국이 아시아 우방에 전방위적 압박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인도 정유사들은 이미 수입 감축에 들어갔다. 무이자 신용거래로 원유를 수입하는 스리랑카나 터키, 남아공도 수입량을 늘리기 어려운 형편이다.

이에 따라 “아주 싼값에 원유를 공급하지 않는 한 이란이 석유를 수출할 수 있는 국가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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