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이슬람계 후이족 유혈 시위… 자치구 모스크 철거 항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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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2년 1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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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과 충돌 “2명 사망”
소수민족 저항 확산 조짐

중국의 소수민족인 후이(回)족 주민들이 종교의 자유를 주장하며 중국 정부에 저항하고 나섰다. 티베트인과 신장(新疆) 위구르족에 이어 후이족까지 정부와 갈등을 빚음에 따라 중국 내 소수민족의 반발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3일 AP통신과 홍콩 밍(明)보 등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 닝샤(寧夏)후이족 자치구 우중(吳忠) 시 타오산(桃山) 촌에서 1000여 명의 공안이 모스크를 철거하는 과정에서 주민들의 집단시위가 발생했다.

주민들은 물대포를 앞세운 공안이 곤봉은 물론이고 군도(軍刀)까지 차고 있었으며 시위 진압 과정에서 100여 명이 구속되고 50여 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특히 시위대 중 팔순 노인을 포함해 2명이 숨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공안 측은 “진압병력 2명과 주민 2명이 부상했을 뿐 사망자는 없다”며 “이번 사건은 명백한 폭동”이라고 밝혔다.

시위대 규모는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지만 공안과 주민들이 전하는 구속자 및 부상자 수를 감안할 때 대규모 저항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공안은 주민들을 해산하고 모스크를 철거했지만 시위 여파는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가 불거진 사원은 1987년 이슬람교도들이 돈을 모아 건립한 것으로 작년에 중건(重建)된 뒤 올해 신년 예배가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안당국이 이 시설을 ‘불법 종교활동 장소’로 지목해 철거에 나섰다.

후이족은 7세기경 중국에 들어간 아라비아인과 한족의 혼혈로 이슬람교를 믿는다. 중국 내 소수민족 가운데 좡(壯)족에 이어 두 번째(2010년 말 기준 1000만 이상)로 인구가 많은 소수민족이다. 또 중국 이슬람교도 200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닝샤 자치구 출신이다. 이들은 서쪽의 티베트인(티베트불교)이나 위구르족(이슬람교)과 달리 한족화가 많이 진행된 온순한 민족으로 꼽힌다. 종교 관련 시위가 벌어진 건 1989년 이후 처음이다. 따라서 이번 충돌이 중국 내 소수민족의 대정부 저항을 확산시킬 계기가 될지 주목되고 있다.

올해 권력 교체를 앞두고 있는 중국 정부는 최근 ‘중국식 문화’를 강조하며 소수민족의 안정화에 고삐를 죄고 있다. AP통신은 “중국 정부는 소수민족의 종교시설물이 반정부 집단의 거점이 되지 않도록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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