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사망’ 오바마의 침묵…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2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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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급변기에 미칠 영향 우려… 언론 비난 개의치 않고 신중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침묵으로 말하고 있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사실이 발표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21일 현재까지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사망 발표 직후 이명박 대통령과 통화를 하면서 굳건한 안보 공약을 이행하겠다고 약속하고, 일본 노다 요시히코 총리와도 전화로 한반도 상황을 논의했다. 하지만 그 스스로는 어떤 메시지도 던지지 않았다.

북한 주민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내용의 미국 정부 성명도 1994년 김일성 사망 때 빌 클린턴 대통령이 내놓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명의로 발표됐다.

20일 백악관 정례 브리핑에 제이 카니 대변인과 함께 나타난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하원에서 공화당 의원들에 의해 급여세 감면 연장안이 부결된 것을 놓고 공화당 의원들을 격렬하게 비난했지만 북한 문제는 일절 거론하지 않았다.

이를 놓고 일각에서는 대통령의 외교안보 경험 부족 때문이라고 비난한다. 워싱턴포스트는 “2008년 대선 민주당 경선 때 오바마 후보의 맞수였던 힐러리 클린턴 진영의 광고 캠페인, 즉 ‘새벽 3시에 외국의 위기를 알리는 전화벨이 울리면 오바마 후보는 과연 준비가 돼 있겠느냐’는 지적이 이번 일을 겪고 떠오른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김정일 사망에 대해 자신의 목소리를 대외적으로 드러내지 않는 것은 미국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로 꼽는 북한 문제의 예민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급변의 소용돌이 속에서 급격한 권력 이전이 이뤄지는 시기에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는 큰 파장을 몰고 올 수 있다. 어떤 말을 던지든 북한 상황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의도하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 백악관의 판단이다.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최대한 예측가능하게 끌고 가기 위해서는 일각에서 이러쿵저러쿵 비난을 해도 개의치 않고 신중히 대응하겠다는 오바마 대통령의 침묵은 그래서 더 큰 위력을 지니고 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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