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파 위기’ 이탈리아 새 선장에 경제학자 마리오 몬티… 불공정 앞에선 ‘슈퍼 마리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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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가 공부인 ‘돌부처 선비’

세계 경제의 핵폭탄이 된 이탈리아를 이끌어갈 마리오 몬티 총리 지명자(68)는 ‘슈퍼 마리오’로 불린다. 그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 시절 미국의 양대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제너럴일렉트릭(GE)에 대한 EU의 반독점 행위 조사를 주도하며 유명해졌다. 두 회사는 물론이고 미 정부까지 나서 펼친 파상 공격에도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MS에 5억 유로에 이르는 천문학적인 벌금을 매기고 GE와 하니웰사의 합병을 막았다. 그의 별명은 이런 강단에서 나왔다.

‘매우 상대하기 어려운 협상가’ ‘차가운 프러시아계 이탈리아인’으로 평가받는 몬티 지명자는 모든 면에서 전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75)와 대척점에 서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외교적 무례도 개의치 않는 언변과 기행, 여자를 밝히는 ‘섹스병 환자’로 불릴 만큼 외향적이고 자유분방했던 것과 달리 몬티는 냉철한 판단력과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다.

베를루스코니는 동물적인 감각의 정치인이었다. 대학 졸업 후 일찌감치 건설업에 뛰어들어 아파트 건설과 분양으로 큰돈을 모았으며 언론재벌로 변신해 재력과 친화력을 바탕으로 1994년 정계에 등장해 총리 자리까지 거머쥐었다.

반면 젊은 시절에 경제학 공부에 전념했던 몬티는 자전거 타기와 국제뉴스 청취가 취미였다고 말할 만큼 재미없고 건조한 인물이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와 투린대 교수로 일하던 시절 빠지게 된 이집트 고고학이 그나마 그의 특별한 관심사였다.

하지만 국제 사회는 경제 규모가 크고 부채가 너무 많아 구제금융을 엄두조차 낼 수 없는 난파선 이탈리아호의 새 조타수 몬티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밀라노 보코니대에서 경제학을 공부한 뒤 미국 예일대에서 유학한 그는 케인스 학파이면서도 1971년 급진적이며 반자본적인 토빈세(외환거래세) 개념을 만든 제임스 토빈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몬티의 개혁 성향은 이때 형성됐다.

EU에서 몬티는 1994∼1999년 역내 시장, 서비스, 관세, 조세 업무를 담당했고 1999∼2004년 경쟁 담당 집행위원으로 일했다. 따라서 EU의 역할과 의미, EU 속에서 이탈리아의 존재가치에 대해 그보다 잘 아는 인물은 많지 않다.

베를루스코니가 몬티의 실력과 평판을 지지하고 존중한다는 사실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1994년 일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EU에서 이탈리아를 대표할 집행위원으로 그를 선발하고 강력히 추천한 사람이 바로 베를루스코니다. 베를루스코니와 함께 자유국민당을 만들었다 탈당하고 정적이 된 잔프랑코 피니 하원의장은 “몬티는 이탈리아의 신뢰를 회복하고 시장의 믿음을 회복시킬 정의로운 인물”이라고 평했다.

몬티는 총리 지명 직후 “이탈리아는 재정위기를 극복한 후 더 강한 나라로 거듭날 것”이라며 “재정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극단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는 전문 관료 중심의 내각을 출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교수와 관료로 일해 봤을 뿐 권력 투쟁의 복판에서 정치를 해본 경험이 없는 몬티가 전후 최대의 위기를 맞은 이탈리아에 강력한 긴축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공직 사회와 국민의 반발을 잘 극복해낼지 우려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그러나 일단 국제사회와 시장은 크게 반기고 있다.

파리=이종훈 특파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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