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100차례 여진… 주민들 거리서 공포의 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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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터키 동부의 반 주(州) 일대를 강타한 리히터 규모 7.2의 강진으로 사상자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이드리스 나임 사힌 터키 내무장관은 24일 현재까지 264명이 숨지고 1090명이 부상했다고 밝혔다. 특히 최대 피해지역인 인구 7만5000명의 에르지쉬에서만 169명이 숨졌고 반 시에서도 95명이 사망했다. 인구 100만 명이 거주하는 반 주에는 점토벽돌로 만든 건물이 많아 지진 피해가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총리는 터키 내 소수민족인 쿠르드족이 집단 거주하는 반 주를 직접 찾아가 상심에 빠져 있는 주민들을 달랬다. 강진 발생 이후 10시간 사이에 100여 차례나 여진이 이어지자 주민들은 언제 무너질지 알 수 없는 집을 버리고 길거리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하지만 밤사이 기온이 0도 가까이로 떨어져 이젠 추위가 이재민들에게 또 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반 주 주민들 대다수는 쿠르드족이다. 쿠르드족은 이번 강진 이전에도 많은 시련을 겪어왔다. 이달 19일에는 터키군 1만 명이 터키 동남부와 이라크 북부에서 쿠르드 반군 소탕작전을 벌여 쿠르드노동자당(PKK) 소속 반군 49명이 사살됐다. 제1차 세계대전 때에는 많은 주민이 강제 추방되고 학살되는 비극을 경험했다.

고유의 언어를 가진 쿠르드족은 그 수가 2200만 명이나 되지만 독립국가를 이루지 못한 채 터키에 1200만 명을 비롯해 이라크 이란 아르메니아 등에 흩어져 살고 있다. 독립국가를 갖지 못한 세계 최대의 단일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터키 내에서는 주로 동부지역에 살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투자 부족과 오랜 무력충돌 등으로 인해 경제적으로 낙후된 상태다.

쿠르드족은 1차 대전이 끝난 뒤 1920년에 조인된 세브르조약으로 강대국들로부터 독립을 보장받았지만 터키의 반대로 조약 자체가 폐기됐다. 쿠르드독립국가 건설을 추구하는 쿠르드노동자당은 1984년 이후 터키 동남부와 이라크 북부를 거점으로 무장투쟁을 벌이고 있으며 지금까지 수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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