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사망]내전 끝난 리비아… 민주국가 안착이냐, 제2아프간 전락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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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10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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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대-우려 교차되는 ‘포스트 카다피’ 정국

자축하는 반군… 쓰러진 카다피군 20일 카다피군 최후의 거점 수르트를 함락한 반군 병사들이 트럭에 뛰어오르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왼쪽). 수르트에서 반군 병사들에게 붙잡혀 쓰러진 카다피군 병사는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오른쪽). 내전 초기 오합지졸로 무시당했던 반군은 이날 승리 이후 리비아 해방을 선언했다. 수르트=AP 연합뉴스
자축하는 반군… 쓰러진 카다피군 20일 카다피군 최후의 거점 수르트를 함락한 반군 병사들이 트럭에 뛰어오르며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왼쪽). 수르트에서 반군 병사들에게 붙잡혀 쓰러진 카다피군 병사는 손으로 머리를 쥐어짜며 자포자기한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오른쪽). 내전 초기 오합지졸로 무시당했던 반군은 이날 승리 이후 리비아 해방을 선언했다. 수르트=AP 연합뉴스
올해 2월부터 8개월여를 끌어오던 리비아 내전이 무아마르 카다피 전 국가원수의 사망으로 막을 내렸다.

이제 리비아의 미래는 수만 명의 희생을 감수하며 목숨을 걸고 독재와 싸운 리비아 국민의 손에 온전히 놓이게 됐다. 과연 리비아가 피의 내전을 뒤로하고 안정된 민주주의 국가로서 탄탄히 기반을 다질 수 있을지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8개월간 피의 내전

리비아 내전은 올 2월 15일 동부의 거점도시 벵가지에서 반정부 시위가 발생하면서 시작됐다. 이날 시위는 인권변호사의 석방을 요구하던 상대적으로 작은 시위였지만 이를 계기로 “카다피 독재 타도”를 외치는 목소리가 전국적으로 확산됐다. 수십 년간의 철권통치로 탄압과 박해를 받아온 데다, 튀니지 이집트 등 이웃나라에서 시작된 민주화 시위의 영향을 받아 국민들의 분노가 한꺼번에 폭발한 것이다. 카다피 정권은 이들을 박격포와 전투기까지 동원해 잔인하게 진압해 초기부터 사상자가 눈에 띄게 불어났다. 그러나 이는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시위가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적으로 확산된 데 이어 전 세계 곳곳의 리비아 대사와 군인들마저 잇달아 카다피에게 등을 돌리면서 본격적인 내전이 시작됐다. 이후 수개월에 걸쳐 양측이 일진일퇴를 거듭하던 리비아 내전은 올 8월 반군이 위성도시 자위야를 거쳐 트리폴리를 전격 점령하면서 사실상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카다피가 자랑하던 ‘카미스 여단’ 등 정예부대들은 나토의 폭격과 반군의 공습에 처참하게 무너져 뿔뿔이 흩어졌다. 카다피의 아내와 아들 등 가족들은 하나둘 인근 국가로 피신하거나 나토군의 폭격에 목숨을 잃었다. 수르트 등 남은 거점에서 최후의 저항을 하던 카다피군은 결국 트리폴리 함락 2개월 만에 과도정부군의 막판 공세에 마침내 무너졌다.

이번 내전으로 인한 공식적인 피해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지만 최소 3만 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인명피해 외에 전쟁의 참화로 인한 경제적, 물적 피해 규모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전망된다.

○ 리비아 미래에 우려 섞인 시각도

포스트 카다피 시대의 윤곽을 잡아오던 과도정부는 카다피가 제거됨에 따라 본격적인 국가 재건에 박차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무스타파 압둘 잘릴 의장 등 NTC의 지도자들은 이미 카다피 이후 리비아를 이끌어 나갈 차기 리더로 부각되고 있다. 잘릴 의장은 지난달 트리폴리를 방문한 자리에서 “카다피 이후 리비아는 온건 이슬람교에 기초를 둔 민주주의 국가를 지향한다”고 밝혔다. NTC가 구상한 로드맵에 따르면 과도정부는 앞으로 8개월 내로 선거를 통해 의회를 구성한 뒤 새 헌법을 만들어 다당제 민주 국가를 건설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하지만 리비아의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40여 년간의 장기독재를 겪은 리비아에는 카다피 측 인사를 제외하면 국정 경험이 풍부한 실력자들이 그리 많지 않다. 특히 카다피가 그동안 반정부 세력들을 철저히 탄압해왔기 때문에 리비아에는 야당이나 시민사회 등 공고한 대안 세력이 없다. 이 때문에 서방에서는 리비아의 앞날에 의문을 표하고 있다.

일부에선 크고 작은 500여 부족, 씨족들로 구성된 리비아가 구심점을 찾지 못하고 분열되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등장하면서 ‘제2의 아프가니스탄’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시리아나 이라크처럼 종파 갈등이 심각하지 않고, 그간 반군을 적극 지원해 온 서방에 대해 국민들이 우호적인 감정을 갖고 있어서 예상보다 빠르게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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