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戰 반대” 2003년 800개 도시 3600만명 집회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10월 17일 03시 00분


코멘트

■ 세계 동시다발 시위 사례는

금융자본의 탐욕과 빈부격차 해소를 주장하며 15일을 국제 행동의 날로 정했던 월가 시위대는 이날 82개국 1500여 개 도시에서 동시 다발 시위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인종과 지역이 다른 세계 각국에서 동시 다발 시위가 벌어진 것이 처음은 아니다. 1999년 11월 미국 시애틀에서는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 개막식을 무산시키기 위해 전 세계 80여 개국 1300여 단체 5만여 명이 참가한 반(反)세계화 시위가 벌어졌다. 2001년 7월 20일 이탈리아 제노바 주요 8개국(G8) 정상회담에서는 10만 명이 시위를 벌여 1명이 사망하고 80명이 부상하는 유혈 사태까지 일어났다. 반세계화 시위는 각국 시민단체와 훈련된 운동원들이 일정 장소에 집결해 시위를 벌였다.

날짜를 지정해 동시 다발 시위를 벌인 것은 ‘국제 반전 공동행동’의 주도로 2003년 2월 15일 열린 이라크전쟁 반대 시위가 대표적이다. 뉴욕 맨해튼에서 50여만 명, 런던에서 200여만 명 등 전 세계 800개 도시에서 3600여만 명이 시위를 벌였다. 기네스북은 이 시위를 최대 규모 시위로 등재해 놓고 있다.

15일 반월가 시위가 이 기록을 갈아 치울지 아직은 미지수다. 국경을 넘나들며 같은 날 동시 다발로 시위가 벌어졌다는 점에서는 기존 국제연대 시위와 같지만 시위대 스스로 밝힌 것처럼 ‘리더 없는(Leaderless) 시위’라는 점에서 다르다. 미국 언론들도 리더를 찾기 위한 취재에 나섰지만 성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리더를 찾는 패러다임이야말로 구시대적 상상력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12일 자에 ‘월가 시위대에 리더는 있는가’라는 기사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언론들이 (리더를 찾는다는 점에서) 아직 이번 시위의 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캘리포니아대(USC)에서 ‘풀뿌리 사회운동’을 전공하는 사회학자 니나 엘리아소프 씨는 “리더가 없다는 것이 조직화되지 않았다(unorganized)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리더 없는 운동이 생존하면 더 강력한 조직이 된다”고 말했다.

실제 반월가 시위를 촉발한 뉴욕 주코티 공원의 시위방식도 리더가 없다. 수시로 한 명이 공원 화단 위에 올라가 무언가를 외치면 시위대원들이 복창하는 식이다. 기자가 이곳에서 만난 콜린 헤리스 멕티그레 씨(27)는 “누구나 자기주장을 이렇게 펼칠 수 있다”고 했다. 갖가지 주장을 걸러내고 행동계획을 정하는 것도 시위대원들이 자발적으로 토론을 벌이는 ‘총회’에서 이뤄진다. 총회가 끝나면 인터넷팀에서 그날그날 활동과 정해진 계획을 전달한다. 이들은 웹사이트 운영뿐만 아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무장해 세계 각국에서 동참하는 사람들을 규합하고 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