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팔 독립 지금은 때가 아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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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평화협상 결렬상태… 국가승인 땐 중동 대혼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에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2국가 해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당시 양자 간의 평화협상에 시동을 건 직후 오바마 대통령은 “오랜 갈등을 해결할 2국가 구상과 협상이 성공하면 ‘내년’ 유엔총회에서는 새 회원국(팔레스타인)을 탄생시킬 합의문이 얻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랬던 그가 이번 유엔총회장의 같은 연단에 서서 팔레스타인을 유엔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워싱턴포스트가 21일 전했다.

미국이 궁극적으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수립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지금은 때가 아니라는 판단에 따라 이번 유엔총회에선 팔레스타인의 유엔 회원국 신청을 반대하는 것이다. 인남식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미국이 2국가 해법을 지지하고는 있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최종지위 협상이 결렬된 현재로서는 시기상조라고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지난해 9월 평화협상을 진행했지만 △팔레스타인 난민 귀환 △예루살렘 수도 영유권 △정착촌 확대 △분리장벽 철거 문제 등 네 가지 최종지위 협상의 난관을 넘지 못했다. 결정적 걸림돌은 중동에 흩어진 팔레스타인 난민의 귀환 문제였다. 현재 이스라엘 국민은 약 600만 명이고 팔레스타인 인구는 380만 명 정도이지만 주변국을 떠도는 260만 명이 유입되면 수적인 역전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결렬된 협상에도 불구하고 미국마저 국가 승인을 통해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준다면 양자 간 평화협상이 표류할 것으로 우려한 것이다.

재스민 혁명 이후 마흐무드 압바스 수반이 팔레스타인 최대 무장정파 하마스와 손잡은 것도 미국으로서는 정치적 부담이다. 레바논 거주 팔레스타인 난민들은 귀국 즉시 하마스와 함께 이스라엘 정부에 대항하겠다는 뜻을 공공연하게 밝혔다. 팔레스타인이 독립국가로 승인 받으면 난민 유입을 막을 명분도 사라지기 때문에 급격한 정세 변화의 가능성이 크다. 양자 간의 충돌이 본격화하면 미국은 중동 정세를 이끌어갈 조종간을 잃어버릴 수 있다.

특히 현 시점에서 국가 승인을 한다면 중동 정세만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는 우려도 깔려 있다. 게다가 미국 정치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이스라엘과 미국 내 유대인의 의사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는 것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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