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소득 안정’ 신화 붕괴… 40%가 하류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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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9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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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층 일자리 부족으로 근로자 34%가 비정규직…
정규직과의 임금격차 커져… 74%는 연소득 200만엔 미만

일본의 중류계층이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다. 1970년대 고도경제성장기에 인구가 1억 명을 돌파하고 국민소득도 함께 늘면서 ‘1억 총 중류사회’(모든 국민이 중산층인 사회)로 일컬어졌지만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계층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연간소득이 200만 엔(약 2900만 원)을 넘지 못하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급증했고 전체 취업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정규직도 3분의 1을 훌쩍 넘었다. 계층 간 소득격차가 작은 안정사회를 자랑해온 일본에서 ‘계층 하류(下流)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 ‘일본 사회의 하류화’

15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후생노동성 자문기구인 노동정책심의회가 비정규직 임금을 조사한 결과 연간 수입이 200만 엔도 안 되는 근로자가 74.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조사인 2009년(57.3%)보다 16.7%포인트 늘었다. 일본에서는 소득수준에 따라 계층을 구분할 때 연소득이 300만 엔 미만이면 ‘하류계층’으로 분류하는데 이 하류계층도 최근 10년간 크게 증가했다. 일본 국세청 민간급여통계에 따르면 1997년 32.1%였던 하류계층은 2008년 39.7%로 늘었다. 반면 연소득이 1000만 엔 이상인 상류층은 5.9%에서 4.9%로 1%포인트 줄었고, 중상류층(600만 엔 이상∼1000만 엔 미만)과 중하류층(300만 엔 이상∼600만 엔 미만)도 각각 4.1%포인트와 2.7%포인트 감소했다. 비정규직을 포함한 일본의 전반적인 급여소득자가 상류에서 중류, 중류에서 하류로 ‘하향화’되고 있는 것이다.

○ 젊은 세대의 하류화가 심각

일본 계층의 하류화는 비정규직이 늘면서 가속도가 붙고 있다. 실제로 총무성의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1984년 전체 근로자의 15%였던 비정규직이 지난해 34%로 2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하류화는 특히 젊은층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과거에는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아르바이트로 일하는 주부나 학생이었지만 지금은 일자리를 찾지 못한 20, 30대가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수밖에 없다는 것. 1970, 80년대 일본의 고도경제성장기에 재산을 축적한 60세 이상 장년층은 부동산과 주식 배당 등 비교적 안정적인 자산을 보유한 반면 20, 30대는 취직도 쉽지 않은 데다 고용까지 불안정해 인구계층의 밑바닥을 차지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 경제전문가들은 기업이 근로자에게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고용을 제공하고, 근로자는 회사에 충성하는 이른바 일본형 고용구조가 붕괴돼 비정규직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고도경제성장기에는 정년보장과 연공서열이라는 고비용 구조를 감내할 수 있었지만 버블경제 붕괴 이후 경제가 20년째 제자리걸음을 하면서 더는 일본식 고용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의 오학수 주임연구원은 “일본 기업이 정규직의 높은 임금을 삭감할 수 없어 대신 비정규직 고용을 늘려 왔다”며 “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근로빈곤층은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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