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총기밀수 함정수사 했다가…

  • 동아일보
  • 입력 2011년 9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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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끼로 던진 1400정 추적 실패멕시코 범죄자 손에… 망신살

“‘건러너 프로젝트(Gunrunner Project)’가 ‘건워커(Gunwalker) 스캔들’이 됐다.”

CBS뉴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은 8월 30일 미 주류·담배 및 무기관리국(ATF)이 지난 2년 동안 공들였던 무기 카르텔 검거작전이 성과는커녕 피해만 남긴 채 끝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총기 밀반입자 검거작전인 ‘건러너 프로젝트’가 ‘건워커 스캔들’이 되어버렸다며 조롱했다. 건워커는 총기가 거리에 무방비로 돌아다닌다는 뜻으로 만든 조어다.

미 법무부는 이날 “케네스 멜슨 ATF 국장을 법무부 산하 과학수사대 자문에 임명한다”고 했다. USA투데이에 따르면 멜슨 국장뿐 아니라 ‘건러너 프로젝트’ 작전에 관여한 이들 대부분이 경질 혹은 해임됐다. 작전이 대실패로 종결된 셈.

‘건러너 프로젝트’는 총기를 일부러 범죄 집단에 흘린 뒤 이를 추적해 일망타진한다는 것이었다. ATF는 2009년부터 주로 애리조나 주에서 멕시코 갱단으로 넘어가는 밀수 루트 쪽으로 총기 2000여 정을 풀었다. 하지만 도중에 약 1400정의 행방을 놓쳐버리는 어이없는 실수를 저질렀다.

문제는 그 뒤에 더 커졌다. 잃어버린 총기들이 미국과 멕시코 범죄 현장에서 속속 발견됐다. 특히 올해 초 미 국경수비대 소속 경찰 2명을 숨지게 한 총기가 문제의 잃어버린 총기들인 것으로 밝혀져 “ATF가 갱단에 무기를 지원한 셈”이란 비난을 들었다.

작전은 ATF 내부에서도 이견이 많았다. ATF 본연의 임무는 비밀작전 수행이 아니라 총기가 거리에 풀리는 걸 막는 ‘예방’에 있다는 지적이었다. 뉴욕타임스는 “적절히 통제할 확신이 없다면 애초부터 시도해서는 안 되는 작전”이라며 “마약단속국(DEA)이 자주 쓰는 수법을 무리하게 적용한 결과”라고 평했다.

이번 실패가 ATF는 물론 수사당국 모두를 옭아매는 족쇄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이런 비밀작전을 애용했던 DEA나 중앙정보국(CIA)이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비밀작전은 항상 실패할 위험이 뒤따른다”며 “그래도 이번 작전은 너무 허술하고 희생도 컸다”고 말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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