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비무환’ 블룸버그, 두번의 실수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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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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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허리케인 ‘아이린’이 휩쓸고 간 미국 뉴욕 맨해튼 거리는 쓰러진 나무들과 침수된 도로로 세계 금융 및 문화 중심지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전날 정오부터 전면 통제된 데다 차량 통행마저 뜸해 거리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하지만 뉴요커들과 맨해튼에 입주한 기업 및 기관은 이날 오후 아이린이 떠난 뒤 가슴을 쓸어내렸다. 20년 만에 찾아온 허리케인이 당초 우려와는 달리 피해 규모가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지대인 맨해튼 남쪽 일부가 침수된 것과 5만여 가구가 정전사태를 겪은 것을 제외하면 큰 재산 피해는 없었으며 뉴욕 내 사망 사고도 보고 되지 않았다.

이는 아이린이 북상하면서 세력이 약화된 점도 있지만 마이클 블룸버그 뉴욕시장(사진)이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사전 대책을 내놓은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그는 일부 주민의 반발을 감수하고 맨해튼 남부 저지대와 브루클린 퀸스 일부 지역 주민 37만 명에 대해 27일 강제 대피명령을 내렸다. 그는 TV로 생중계된 회견에서 “당장 떠나라. 허리케인이 다가올 때는 이미 늦다”고 엄포를 놓았다. 뉴욕 시 사상 최초로 모든 대중교통수단 가동을 중단시켰다. 맥스 메이필드 전 국립허리케인센터 디렉터는 “일찌감치 주민들을 대피시켜 여러 생명을 살렸다”며 선제적인 대응을 칭찬했다.

블룸버그 시장이 이처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해 크리스마스이브였던 12월 24일 이 지역에 닥친 최대의 폭설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던 아픈 경험 때문. 당시 폭설 다음 날까지 제설작업이 이뤄지지 않아 뉴욕과 뉴저지 일대 주민들이 몹시 분노했으며 뉴욕 시의회는 책임을 따지기 위한 청문회까지 열려고 했다. 두 번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블룸버그 시장의 정책 대응이 허리케인 피해를 줄인 셈이다.

한편 6500만 명이 거주하는 미국 북동부 11개주를 휩쓸고 간 아이린으로 최소 19명이 사망하고 400만여 가구가 정전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당초 140억 달러였던 손실 예상규모가 30억 달러 정도로 줄면서 피해 규모가 우려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증권거래소도 29일 정상적으로 개장하기로 했다.

뉴욕=박현진 특파원 witn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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