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요새 함락]밥알아지지아의 축소판 ‘알바이다 요새’ 통해 본 카다피 철옹성

  • Array
  • 입력 2011년 8월 25일 03시 00분


코멘트

평범한 주택 계단 내려서자 전쟁 지휘소

올해 2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공개된 리비아 ‘알바이다’ 요새 내부 모습.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이 요새의 내부와 외부가 카다피의 마지막 거점이던 밥알아지지아 요새의 축소판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① 땅굴처럼 생긴 미로(왼쪽) 미로처럼 생긴 좁은 통로를 따라 지하시설로 들어서면 ② 핵 공격 견디는 철문(가운데)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육중한 철문이 나오고 ③ 비상 탈출용 사다리(오른쪽) 출구도 정문이 아닌 별도 장소에 수직 사다리로 설치돼 있는 모습. 알자지라 홈페이지
올해 2월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에 공개된 리비아 ‘알바이다’ 요새 내부 모습. 프랑스 일간 르피가로는 이 요새의 내부와 외부가 카다피의 마지막 거점이던 밥알아지지아 요새의 축소판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① 땅굴처럼 생긴 미로(왼쪽) 미로처럼 생긴 좁은 통로를 따라 지하시설로 들어서면 ② 핵 공격 견디는 철문(가운데)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는 육중한 철문이 나오고 ③ 비상 탈출용 사다리(오른쪽) 출구도 정문이 아닌 별도 장소에 수직 사다리로 설치돼 있는 모습. 알자지라 홈페이지
23일 무아마르 카다피 리비아 국가원수의 최후 저지선 밥알아지지아 요새가 무너졌다. 반카다피군은 현재 요새 곳곳을 뒤지며 혹시 남아있을지도 모를 카다피와 친위세력들의 흔적을 쫓고 있다. 반군 대변인격인 아흐메드 오마르 바니 대령은 AFP통신에 “요새를 완전히 장악했지만 카다피나 그의 아들들은 물론 아무도 없었다. 카다피가 지금 어디 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밥알아지지아 요새는 면적만 여의도의 70%에 이르는 6km²(약 181만5000평)에 달해 수색하는 데만도 최소 며칠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가 24일 “밥알아지지아 요새는 카다피의 또 다른 요새인 서부 벵가지 인근 알바이다 요새와 내부가 거의 비슷하다”며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가 2월 이곳을 촬영한 동영상(2분 35초)과 기사를 게재해 눈길을 끌었다. 이곳은 규모만 다소 작을 뿐 거주시설이면서 대피시설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밥알아지지아 요새의 축소판으로 보인다. 이 요새는 재스민 혁명 바람을 타고 리비아에서 반카다피 움직임이 시작되던 올해 2월 반군의 수중에 들어왔으며 동영상은 알자지라가 주민들의 안내를 받아 내부를 촬영한 것이다.

알자지라 여기자가 직접 내·외부를 촬영해 공개한 이 요새는 겉으로 보기에는 관상수가 빼곡한 아름다운 정원을 가진 평범한 주택처럼 보인다. 주택 안으로 들어서면 수영장, 거품목욕이 가능한 욕실까지 갖추고 있다.

그러나 주택 내부 계단을 따라 내려가면 ‘전혀 다른 세상’이 나온다. 1m 높이의 땅굴 구멍처럼 생긴 입구를 기어서 들어가면 육중한 철문이 나온다. 이 철문은 핵 공격도 견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철문을 열면 각종 설비 점검판이 나오는데 ‘2010년 9월 작동점검 이상 무’라는 기록이 남아 있었다.

지하 벙커는 비상시에 대비한 발전기, 화재경보기, 물 펌프 등 각종 시설을 구비해 외부 공격이 있을 경우 피신해 수개월을 버틸 수 있도록 돼 있다. 재미있는 것은 미시간 주 소재 미국회사인 드와이어 인스트루먼트사가 공기정화 시스템을, 그 밖의 대피시설은 스위스회사인 루와사가 설치하는 등 요새 건설에 선진국 회사들이 참여한 점. 루와사는 1980년대 이집트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 사용한 지하 벙커도 만든 회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스위스 TSR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카다피 벙커의 설비는 1980, 90년대 스위스 민간 방호시설 기술을 바탕으로 했으며 화학 공격과 핵 공격에도 견딜 수 있다”고 밝혔다.

벙커 도처에는 비상시 탈출할 수 있는 출구용 사다리가 곳곳에 마련돼 있다. 르피가로는 “밥알아지지아 요새도 알바이다 요새처럼 정밀한 미로로 제작됐을 것”이라며 “요새 내부가 복잡한 비밀통로로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카다피가 손쉽게 반군의 공격으로부터 피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리비아 내 카다피 요새가 몇 개인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