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신용등급 사상 첫 강등]국제금융 거물들 시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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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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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美 AAAA 자격 있어… S&P가 실수”
루비니 “불확실성 증대… 美 더블딥 가능성”

“지금 당장 어떤 나라도 미국을 대체할 순 없다. 금융시장의 반응이 다소 과하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전격적으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에 대해 국제 금융계의 거물들은 강등의 영향이 예상만큼 심각하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미 S&P가 4월 미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춘 후 줄곧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이 제기됐기 때문에 즉각적인 악재라기보다 상징적 의미가 강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의 더블딥(경기회복 후 재침체)의 징후라며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과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미국 경제의 문제점은 이미 알려진 뉴스이며 강등에도 불구하고 현재 미국 국채나 금을 대신할 투자 수단이 별로 없는 것 아니냐”는 견해를 보였다. 버핏 회장은 등급 강등 직후 여러 언론과 가진 인터뷰에서 “S&P의 조치는 실수이며 나로선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은 트리플A가 아니라 쿼드러플A(AAAA) 등급을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며 “신용등급 변경을 이유로 주식매매 결정을 내려본 적이 없는 만큼 이번 등급 강등 때문에 주식을 팔 생각도 없다”고 강조했다.

20세기 최고의 펀드매니저로 꼽히는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자산운용 회장과 우울한 시장 전망을 내놓기로 유명해 ‘닥터 둠’이라는 별명이 붙은 마크 파버 글룸붐앤드둠 발행인도 저점매수의 기회가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신흥시장 투자로 명성을 쌓은 모비우스 회장은 “세계 주요국의 실질 금리가 대부분 마이너스이기 때문에 주식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국 증시 상황이 더 좋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파버 발행인까지도 “투자자들이 너무 과하게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주식시장의 급반등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 경제의 더블딥 가능성을 경고해온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무함마드 엘에리안 대표는 신용등급 강등이 세계시장의 불확실성을 증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루비니 교수는 “금융시장이 아직 신용등급 강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미국 경제의 더블딥 및 디플레이션 가능성을 재차 경고했다. 엘에리안 대표는 S&P가 미국 외에 현재 AAA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영국, 독일 등 18개 국가 중에서 추가로 등급을 낮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예를 들어 프랑스가 AAA에서 강등되면 그렇지 않아도 재정위기 해결에 난항을 겪고 있는 유럽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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