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사치품’ 불황 속 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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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1년 8월 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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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비 부담… 집에서라도 최고급 위스키-차-요구르트 즐기자”

최고급 유기농 차를 판매하는 런던티컴퍼니의 ‘화이트 티’ 제품은 보통 차에 비해 가격이 두 배가 넘지만 히트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실크 재질의 티백 때문이다. 실크 티백에 차를 담으면 다른 제품에 비해 생산 시간이 6배나 길어져 생산비가 높아지지만 바로 이 점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마케팅 책임자인 앨릭스 나자루크 씨는 “요즘에는 최고급 제품에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한다.

미국과 유럽발 악재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리자 지구촌의 많은 소비자가 큰돈이 나가는 사치성 지출을 줄이는 대신 일상의 작은 소비행위에서 좀 더 고급스럽고 우아한 것을 찾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7일 시장조사업체 닐슨의 제임스 루소 부대표 말을 빌려 이를 ‘작은 사치(a little indulgence)’라고 표현했다.

일상적으로 매일 사용하는 소모품일수록 이러한 경향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프랑스 낙농 음료 제품 회사 다논은 최고급 건강 요구르트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난 반면에 기본 제품의 판매량은 급감했다고 밝혔다. 다논은 중국에서 판매하는 고급 비타민음료 ’미존‘의 판매량이 해마다 50%씩 늘어나고 있다며 이러한 경향이 중국에서도 2, 3년 내에 확산될 거라고 확신했다. 영국에서는 프리미엄 맥주의 판매량이 10년 전 24%에서 31%로 상승했다.

경제 위기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콩나물 값 단돈 100원’이라도 깎는 쪽을 택하지 않고 더 질 높은 제품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외식이나 영화를 보는 야외 활동 대신에 집에서 고급 재료로 호화로운 음식을 만들어 먹으며 경제적 박탈감을 보상받으려는 심리”라고 분석했다. 집에서 고급스럽게 차려 먹더라도 레스토랑에서 파는 샐러드 값보다 덜 들기 때문이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인의 63%가 야외에서 이뤄지는 오락 활동에 씀씀이를 줄였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미국의 경제 위기 속에서 호황인 산업으로 미용산업을 꼽았다. 인구조사기관인 센서스에 따르면 2008∼2009년 헤어스타일리스트와 뷰티살롱의 수는 10% 증가했다. 아무리 어려워도 머리를 자르는 데 드는 비용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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